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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용 경제산업부 차장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알력설이 최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최근 두 사람의 갈등은 김 부총리의 삼성전자 방문과 이에 대한 청와대 저변의 거부감이 뒤섞이면서 튀어나왔다. 즉, 삼성으로 대표되는 대기업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맞느냐는 시각의 차이다. 여기서 따져 봐야 할 것이 있다. 기업의 ‘낙수(落水)효과’ 이론이다. 대기업의 이익 증대 효과가 시차를 두고 중소기업과 서민으로 확산한다는 논리다. 문재인 정부 사람들은 이 낙수효과를 전면 부인하며 소득주도 성장론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통령 후보 시절 “낙수효과의 한계가 확인됐다”면서 소득주도성장론을 꺼냈다. 장하성 실장은 여러 저서와 강의를 통해 “낙수효과가 허구로 판명 났다”고 단언했다. 즉, 대기업을 지원해봤자 파급효과가 아예 없거나 크지도 않으니 서민들에게 직접 돈이 유입되도록 하자는 것이 바로 소득주도성장론이다.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남길수록 투자와 고용을 늘린다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 중 기본이다. 비록 글로벌화, 기술혁신, 외환위기에 대한 트라우마, 과도한 규제 등으로 그 효과는 약해졌다 하더라도 아직도 부(富)의 파급효과는 존재한다. 하다못해 세금 납부액은 증가한다. 낙수효과의 크기가 작아졌다면 정부는 물 흐름이 막힌 원인을 찾아 뚫어주면 될 뿐이다. 문 대통령의 소득주도 성장론을 기안했다는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과거 논문에서 대기업 낙수효과를 인정한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홍 전 수석은 지난 2015년 부경대 교수로서 발표한 ‘대기업 성장의 국민경제 파급효과’라는 논문에서 “대기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한 협력기업에 낙수효과가 일정하게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선도기업의 생산유발 효과를 측정함으로써 업종별로 낙수효과의 크기를 입증하려는 시도였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도 좋은 증거다. 외국을 보자. 우리가 죽을 쑤는 사이 친기업 정책을 통해 날고 있는 미국, 일본, 프랑스 등은 경제학의 기본 원리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장 실장은 역작인 ‘왜 분노해야 하는가’에서 “성장 지상주의자들은 대기업이 더 잘되고 부자가 더 잘살게 되면 중소기업도 잘되고 보통 국민도 잘살게 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경제가 성장했는데도 보통 국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고, 불평등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면서 한국의 양극화 문제가 대기업 때문에 생겨난 것처럼 진단했다. 그러나 한화투자증권은 지난달 내놓은 ‘한국경제-가계소득은 왜 제대로 안 늘어났는가’라는 보고서에서 “가계소득이 증가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자영업이 쇠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과도한 자영업자 비중으로 인해 양극화가 심해졌을 뿐 낙수효과는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최근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또다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이 현실화하면 가장 큰 부담을 지는 것은 지역가입자인 자영업자라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양극화를 악화시키는 주범이 대기업·부자가 아니라, 결국 서민을 위한다는 자신들이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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