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상윤 SF이노베이션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본사 사무실에서 자신이 직접 지은 브랜드 로고가 부착된 벽면을 바라보고 있다. 김호웅 기자

이상윤 대표의 ‘작명 경영’

젊었을 적 ‘춤꾼’의 감성이 몸에 배어 있어서일까. 이상윤 SF이노베이션 대표는 CEO로는 드물게 작가적 감성이 풍부하다. 브랜드 이름을 직접 작명하고 메뉴 이름도 짓는다. 한국형 선술집인 ‘김작가의 이중생활’은 이 대표의 작가적 감성이 진하게 묻어 있는 대표적 브랜드다. 김작가의 이중생활은 그가 메뉴를 개발하던 중 술과 함께하면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2013년 론칭한 브랜드다.

이 대표는 작가는 배가 고픈 경우가 많아 저녁엔 뭔가 다른 일을 한다는 가상의 캐릭터를 설정해 이름 지었다. 김작가의 김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성씨인 김 씨를 붙인 것이다. 이 대표는 “작가 하면 떠오르는 게 책이어서 인테리어는 책으로 한 거고, 작가가 돈이 없어 매장을 연 거니까 그릇도 버너처럼 특이한 것을 썼다”고 말했다. 이렇게 탄생한 김작가의 이중생활은 현재 주점 시장에서는 흔치 않게 삼겹살, 닭발, 곱창 등 메뉴로 기억되는 브랜드가 아닌 브랜드 이미지로 기억되는 곳으로 성업 중이다.

이 대표의 명함 뒷면에도 그의 감성을 엿볼 수 있는 글귀가 적혀 있다. ‘당신의 입속에 꿈을 담아 드립니다.’ 이 대표는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하나의 꿈이다”며 “그런 꿈을 줄 수 있는 브랜드가 스쿨푸드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쓰게 됐다”고 말했다.

신비국수, 철판장조림 버터 비빔밥, 진짜 뚱뚱한 노가리, 다줄꺼야 낙곱새…. 그가 운영하는 브랜드에는 이처럼 독특한 이름의 메뉴가 유독 많다. “메뉴 이름을 위트 있게 만드는 것 또한 제가 굉장히 신경을 쓰는 부분입니다. 지금은 애플리케이션을 많이 사용하지만 전화 위주로 주문이 들어올 때는 직접 메뉴명을 말씀하셨거든요. 그때 고객들이 한 번이라도 메뉴명을 말하면서 귀엽다, 재밌다라는 느낌을 받고 미소를 머금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어요.” 스쿨푸드가 단순히 분식점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형태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고 위트 있는 메뉴명에 신경을 쓴 것도 그 일환이었던 것이다.

그는 브랜드를 만들 때 스토리텔링을 만든다. “기본적으로 외식사업을 하기 때문에 맛이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메뉴의 독특함과 차별성, 메뉴 간의 조화로움, 식재료나 조리법에서 나오는 개성, 메뉴의 비주얼 등을 고민하다 보면 그게 브랜드의 스토리텔링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는 “입, 눈, 코로 기억된 스토리가 훨씬 오래 고객들에게 각인되는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