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3일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인천 부평역지하도상가에 시민들이 더위를 피해 지나고 있다. 이곳 지하도상가는 1986년에 조성돼 최근 상가연합회에서 시설을 새로 단장하고 상가 이름을 ‘모두몰’로 바꿔 운영하고 있다.

市 “상가 재임대 허용 금지”
관련 조례 하반기 개정 추진

상인 “내돈으로 시설 개·보수
침체됐던 상권 살려냈는데…”

6월 공청회 이후 접점 못찾아
개정안 시의회 상정도 못해

전국 최대 규모의 인천지하도상가를 놓고 인천시와 상인 간에 갈등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시는 지하도상가 전대(재임대)를 허용하는 시 조례를 개정해 ‘공개입찰’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상인들 반발에 부딪혀 지난 6월 한 차례 공청회 개최 이후 개정 조례안은 시의회에 상정조차 못 했다. 14일 인천시와 지하도상가연합회 등에 따르면 1970년대부터 경인전철 1호선 부평·주안·제물포·동인천역 등에 조성된 지하도상가 점포 수는 현재 15개소 3579개에 달한다. 이들 점포 중 약 80%는 임차인이 다른 상인에게 전대해 권리금과 사용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조례에 우선하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은 정부나 지자체 소유의 재산을 상인 간에 권리매매나 전대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따라서 시는 상위법에 위배되는 조례를 개정해 지하도상가의 전대행위를 금지하고 공개 경쟁입찰에 부칠 방침이다. 하지만 상인들은 낙후된 원도심 지하도상가를 활성화시킨 자신들의 기득권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하도상가는 당초 지하보도로 역세권 주변의 지상 차량과 보행자를 공간적으로 분리하고 유사시 대피용 방공호로 활용하기 위한 취지였다. 이들 상가가 차지하는 점포 면적만 8만9291㎡에 달한다. 시는 이들 점포로부터 임대료 명목의 대부료로 1년에 40억 원가량을 징수한다. 점포당 적게는 20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 정도다. 시가 지하도상가에 민간자본을 투입, 상인들이 직접 시설을 개·보수해 기부채납하는 대신 일정 기간 헐값에 대부료를 책정해서다.

이중 최근 상인들이 시설을 개·보수한 부평역세권의 부평대아지하도상가는 2037년까지 자신들이 위탁관리하며 권리매매나 전대가 가능하다. 목 좋은 상가의 경우 권리금만 수억 원에 달한다. 또 주변 상가의 월 임대료가 수백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거의 무상으로 점포를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공유재산의 전대를 허용한 지자체는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조례’를 갖춘 8개 광역단체 중 인천시가 유일하다.

개정 조례에는 상인들이 자비로 개·보수한 공유재산에 대한 기부채납(7조)이 인정되지 않고, 전대를 허용하는 규정(16조)도 삭제된다. 그러나 상인들은 조례가 개정되면 그동안 자비로 시설을 관리하고 점포를 리모델링해 온 자신들의 권리도 인정받을 수 없게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더욱이 조례 개정으로 임차인을 경쟁입찰로 모집할 경우, 기존 영세 상인들은 설 자리가 없게 될 것이라 우려도 나온다. 인천지하도상가연합회 반동문 이사장은 “그동안 시가 조례를 제정해 상인에게 지하도상가를 위탁해 놓고, 이제 와서 잘못됐으니 점포를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공산국가’에서나 법한 일이다”고 말했다. 시는 조례 개정의 필요성을 공론화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이달 말까지 지하도상가 제도 개선을 위한 시민협의회를 구성하고 내달 공청회도 다시 열 계획이다.

지하도상가 임차방식을 놓고 불법을 눈감아 줄 수도, 상인들이 주장하는 기득권을 무시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시는 시민협의회에서 지하도상가 운영에 관한 위법적인 조례를 개정하고 기존 상인들의 기득권 주장에 대해서도 합법적 범위 내에서 보상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인천=글·사진 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