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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연 연예인들 잇단 불만 토로

“악마의 편집… 악랄한 집 전락”
“아이에게 대본따라 연기 강요”
“과도한 설정에 많은 고통겪어”

제작진 “없는 내용 넣지는 않아”

“가정 불화 없으면 그만 나오셔야 해요.”

중견 연예인 A씨는 가족과 함께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던 도중 담당 작가로부터 이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흥밋거리’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가정 불화’를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A씨는 “우리 가족에게는 별다른 불화가 없다. 그런데 작가가 ‘문제가 있는 집이어야 재미있다’고 하더라”며 “만약 트러블이 없다면 그만 나와야 한다고 말에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가족 예능을 둘러싼 논란은 연예인 가족이 출연하는 ‘육아 예능’이 보편화된 후 끊임없이 불거졌다. 최근에는 개그맨 김재욱 부부가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사진)에서 하차한 후 SNS에 ‘악마의 편집’이라고 폭로하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김재욱은 “우리집만 악랄한 집안을 만드는구나”라며 “같은 방송을 하는 제작진과 출연진의 사이가 어색해진 방송은 처음”이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또 다른 연예인 B씨는 자녀에게도 대본에 따른 연기를 요청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한 가족 예능에서 하차했다. 아이들에게 평소와 다른 행동을 시키고, 일부러 없는 트러블까지 만들어내는 것에 신물을 느꼈기 때문이다. B씨 측은 “나는 연예인이기 때문에 방송 구성을 위한 설정을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이 과정에서 얼굴이 노출되는 아이들에게까지 연기를 시키는 것은 지나치다”고 꼬집었다.

일부 가족 예능의 출연진 내부에서는 또 다른 불만이 제기되곤 한다. 몇몇 연예인이 외국인과 결혼한 다문화 가정이나, 부부의 나이차가 많이 나는 특수성을 가진 가족은 긍정적인 모습을 부각시키는 반면, 일반적인 가족에는 끊임없는 반목과 대립을 요구하며 논란으로 살을 찌운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가족 예능에 출연하는 연예인의 소속사 관계자는 “평범하고 진부하면 방송 소재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방송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은 다 안다. 하지만 과도한 설정과 편집을 통해 대외적으로 이미지가 추락한 연예인 가족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제작진 역시 할 말은 있다. “방송의 특성상 흥미로운 대목을 보다 극대화시키는 경향은 있으나 없는 내용을 만들어 넣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촬영 전후 제작진과 출연진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촬영 중 출연진이 문제를 제기하며 촬영을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출연진의 이미지를 훼손시킬 설정을 강요할 수는 없다는 반박이다.

한 가족 예능의 연출진은 “이미 합의된 내용임에도 대중의 반응을 살펴 긍정적이면 납득하고, 부정적이면 제작진 탓으로 돌리는 이들이 있다”면서도 “연예인 뿐만 아니라 비(非) 연예인인 가족들까지 얼굴이 노출되는 만큼 제작진도 촬영과 편집 과정에서 보다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