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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홍성원은 1937년 경남 합천에서 8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하지만 그곳은 출생지일 뿐 그는 초·중·고등학교를 경기 수원에서 다녔다. 수원이 실제 고향인 셈이다.

그곳에서 소설가 홍성원은 한국전쟁을 겪었다. “감수성이 예민한 14세 사춘기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6·25는, 세상에 둘도 없는 무섭고 신나는 구경거리였고, 언제나 배가 고파 허덕허덕하던 굶주림의 연속이었고, 시체를 늘 가까운 곳에 둔 채 죽음의 공포에 짓눌려 지낸 악몽의 시기였다. 이 3년 동안 무심히 겪어 의식의 밑바닥에 냉동된 채 보관된 체험들은 훗날 모두 억압의 기제가 풀리면서 생생한 모습으로 재생돼 여러 작품 속에 등장한다. 소년소설 ‘기찻길’은 6·25 중 1·4후퇴 당시의 직접 체험이 작품의 줄거리와 소재로 고스란히 쓰였고, 대하소설 ‘남과 북’은 체험의 상당 부분이 별다른 가공이나 첨삭 없이 작품 곳곳에 날것 그대로 생생하게 등장한다.” (책 ‘홍성원 깊이 읽기’ 중 ‘열린 세상 쪽으로 뚫린 좁고 긴 터널’에서)

전쟁통에 수원농고에 진학, 성적이 바닥을 쳤던 홍성원은 학교에 다니지 않고 영어사전을 외우고 씹어 먹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고려대 영문과에 진학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영문학을 전공한다는 데 회의를 느낀 그는 동생들의 진학을 위해 학교를 중퇴, 군에 입대한다. 그곳에서 인간과 폭력의 문제를 절실히 느낀 홍성원은 군대에서 쓴 단편 ‘빙점지대’가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기관차와 송아지’가 월간 세대 창간 일주년 기념문예에, 장편 ‘디데이의 병촌’이 동아일보에 당선되면서 유례없이 화려한 데뷔를 한다.

그는 이후 대표작인 ‘남과 북’ ‘달과 칼’ ‘먼동’ 등 대하소설을 포함한 장편 34편을 집필하고, ‘즐거운 지옥’ ‘폭군’ 등 중·단편 72편 등 엄청난 양의 작품을 평생에 걸쳐 써낸다. 본인은 좋아하지 않는 소설공장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질과 양적으로 모두 뛰어난 작품을 써낸 그는 교수초빙 등 많은 제안에도 불구, 평생을 소설 집필에만 몰두하는 전업작가로서의 장인정신을 보여준다. 그렇게 원고지 5만 장이 넘는 70여 권의 책을 집필한 소설가 홍성원은 2008년 위암으로 타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