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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야기로 연결된다.’

뉴욕의 작은 아파트 거실에서 시작해 지금은 세계적인 스토리텔링 이벤트가 된 ‘모스(Moth)’가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모스는 소설가 조지 도스 그린이 고향 조지아주의 무더운 여름밤, 불빛 주위로 모여드는 나방을 벗 삼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던 추억을 기억하며, 1999년 가볍게 시작한 이야기 모임입니다. 행사 이름도 나방을 뜻하는 ‘모스(Moth)’로 붙였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칠흑 같은 어두운 밤에 모여 자신의 놀라운 경험을 고백하는 것이죠. 모스는 곧 화제를 일으켜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다, 전 세계 순회공연까지 하게 됐습니다.

이번 주에 나온 ‘모든 밤을 지나는 당신에게’(알마)는 그동안 발표됐던 이야기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 50편을 추려 엮은 것입니다. 모스 이야기를 묶어낸 책은 몇 권이 있는데, 2013년 처음으로 나온 ‘모스’는 2015년 북폴리오 출판사에서 출간됐습니다. 이번 ‘모든 밤을 지나는 당신에게’는 모스 2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나온 책입니다.

할아버지와의 약속을 추억하는 한 평범한 고등학생, 인류 최초로 명왕성의 표면을 보게 된 천문학자,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가 어떤 희생을 감당해야 했는지 깨닫게 된 아프가니스탄 난민, 자신이 히트곡 하나 내고 사라져 버린 잊힌 스타라는 점을 받아들이게 된 힙합 가수 등 자기만의 생을 산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들뿐이겠습니까.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비밀이 있고, 자기만의 역사가 있고,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으니까요.

모스 무대에 몇 차례 올랐던 미국 작가 닐 게이먼은 모스에서 정말 의미 있는 것은 자신의 아픈 곳을 드러낼 줄 아는 솔직함과 정직함이라고 합니다. 어렵고 고된 순간에 자신이 인간적으로 어떤 모습이었는지 정직하게 이야기할 때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인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자기의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청이라고 합니다.

그는 “우리 사이의 간격은 상대의 피부색·성별·인종 혹은 태도만 보고 그 사람이 품고 있는 이야기는 보지 않거나 보지 못할 때 존재하게 된다. 이야기를 듣고 나면 그때까지 우리를 가르고 있다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허상이고 허위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했습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마음을 다해 들어주는 것,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연결되는 순간입니다. 그런 순간이 언제였던지. 말은 넘쳐나지만 진심도, 경청도 귀해진 시대에, 이야기로 연결되는 순간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우리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길이라는 걸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