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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생체간이식 5000건 성공’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교수

1994년 첫 시행후 24년 만에
성공률 미국보다 높은 97%
“아산의 도전정신·열정 담겨”

“아산병원의 도전과 열정이 묻어 있는 수술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자에 대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살려야겠다는 집념으로 만들어진 성과입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생체간이식 5000건 성공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이승규(아산의료원장·사진)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는 9일 “우리 팀이 각자의 위치에서 잘해줘서 가능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생체간이식은 간 질환을 앓는 환자에게 다른 사람의 건강한 간 일부를 이식해 치료하는 고난도 수술이다. 이 교수가 1994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행한 이후 24년 만에 5000건을 성공했다. 동시에 2대1 생체간이식도 500건을 달성했다. 이번에 달성한 생체간이식 수술 5000건과 뇌사자 기증 간이식 수술 1023건을 더하면 전체 간이식 수술은 6000건이 넘는다.

이 교수는 “우리 병원은 1년에 생체간이식을 360건 정도 수술하는데, 미국은 전체를 합쳐도 연간 240~250건 수준”이라며 “더 의미 있는 사실은 우리 수술의 95% 정도는 성인 생체간이식이지만, 미국은 절반이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고 수술 후 관리도 손쉬운 소아 생체간이식”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의 진가는 간이식의 수술성공률이 97%(1년 생존율 기준)라는 점이다. 얼마 전 중국 이식학회에서 보고된 미국의 간이식 성공률 87%보다 크게 높다. 이 교수는 “특히 미국은 전체 간이식 중 95% 이상이 뇌사자 간이식 수술이지만, 서울아산병원은 전체 간이식 중 80% 이상이 고난도 수술인 생체간이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가 성공률보다 더 중요시하는 건 기증자의 안전이다. 간이식은 이식하는 간의 크기가 너무 작으면 수술 효과가 떨어지고, 크기가 크면 기증자가 위험해진다. 현재까지 5500명 이상의 간 기증자 중 단 한 건의 사망이나 심각한 합병증 발생 없이 모두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 교수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2대1 생체간이식을 개발하게 된 계기도 기증자의 안전을 고려했기 때문이었다. 2000년 3월 당시 B형 간염 말기 환자에게 딸과 남동생이 간을 기증하겠다고 나섰지만, 두 사람 모두 오른쪽 간이 너무 크고, 왼쪽 간은 작았다. 오른쪽 간에서 일부를 적출하면 적절한 크기로 적출이 가능해 이식수술의 성공 가능성이 높지만, 기증자가 위험하고 왼쪽 간에서 적출하면 적절한 이식 간을 확보할 수 없어 수술의 성공률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이 교수는 “고민하다가 따님과 남동생분의 왼쪽 간을 각각 조금씩 적출해 기증자의 안전과 적절한 이식 간의 크기도 확보하게 됐다”며 “2000년 첫 환자는 지금도 잘살고 계신다”고 말했다. 이렇게 시작된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은 이 교수팀이 전 세계 수술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간이식 의사가 한번 꼭 해보고 싶다는 ‘꿈의 수술’로도 평가된다. 이미 최근 3년간 서울아산병원 간이식 팀을 찾아온 해외 의학자 수만 1500여 명에 달한다.

이 교수는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이 있었기에 500명의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며 “더 많은 환자를 잘 살리는 게 앞으로의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