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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5분의1 수준 투자 발표
AI·로봇 등 中 육성분야 집중

“4차산업 격변기 선도투자 중요
中의 국가적 수준 도전에 맞설
정부 규제개혁 등 뒷받침 필요”

국내 주요 기업이 최근 밝힌 향후 3∼5년의 중장기 투자 전략 성패에 ‘한국 타도’를 외치는 중국발(發) 경제 전쟁의 ‘명운’이 걸려 있다는 분석이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밝힌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4대 그룹의 총 투자 규모가 우리나라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20% 수준에 이르는 데다 투자 대상이 중국과 경합을 벌이는 정보통신기술(ICT)과 4차 산업혁명 등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9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은 향후 3∼5년 동안 총 360조 원 안팎의 중장기 투자를 집행할 전망이다. 이들 그룹이 직접 밝힌 규모는 302조 원이나 올해 투자 계획(19조 원)만을 제시한 LG가 앞으로 3년간 60조 원 안팎의 투자를 한다고 가정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지난해 GDP 1714조 원의 20% 수준으로 하강 국면에 들어선 경제에 반전을 기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삼성이 8일 밝힌 3년간 투자 규모는 180조 원에 달한다. 앞으로 3년간 벌어들일 영업이익 대부분을 반도체·디스플레이의 초격차 경쟁력 유지와 인공지능(AI)·5세대(G) 통신·전장·바이오 등 신성장 사업 육성에 쏟아붓겠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5년간 AI 등 미래 차 등에 23조 원을, SK는 3년간 반도체·5G 통신 등에 80조 원을, LG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에 투자한다.

이들 기업의 투자 성패에 따라 앞으로 한국이 중국의 전방위적인 도전을 물리치고 지속 성장을 할지, 일본식 장기불황 또는 남미식 경제위기의 전철을 밟을지가 결정될 것으로 경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은 “삼성이 국내 투자 130조 원을 하면 70만 명의 간접고용 효과가 발생할 정도로 대기업 투자가 고용에 미치는 효과는 단순히 몇 명을 채용하는 것을 넘어서 생태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일본보다 값싼 임금, 중국보다 나은 기술이라는 틈새 전략으론 더는 생존할 수 없는 4차 산업혁명의 격변기를 맞아 선도투자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분석했다. 유 실장은 이어 “한국이 주도해 온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대규모 장치 산업은 초기 투자 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 후발 주자가 거의 사라졌는데도 중국은 차원이 다른 국가적인 초강력 파워를 앞세워 도전해 오고 있다”면서 “기업가 정신을 북돋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발 소동으로 일단락됐으나 기업에 대한 투자 독려를 ‘구걸’로 바라보는 시각으로는 이들 기업의 투자 계획은 말 그대로 ‘계획’으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 투자는 정부가 규제를 풀어 주지 않으면 진척이 될 수 없다”며 “중국은 이미 우리나라보다 4차 산업혁명 분야에 앞서 있어 기업의 힘만으론 어려우므로 대통령뿐 아니라 참모진, 관료 모두가 나서 규제 개혁에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