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표적수사” 강력 항의
민갑룡 경찰청장 “엄정 수사”

경찰이 남성혐오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 운영자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性)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여성혐오 게시물이 다수 게재된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조사엔 소극적이었던 경찰이 편파수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반대편에선 취임 이후 연일 여성 범죄 근절을 강조하는 민갑룡 경찰청장을 향해 “죄악인 페미니즘을 옹호한다”는 이유로 경질을 촉구하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외국에 거주하는 워마드 운영자의 신원을 특정해 지난 5월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고 9일 밝혔다. 지난해 2월 남자 목욕탕을 불법촬영한 사진을 워마드 게시판에 올린 혐의(음란물 유포 방조 및 명예훼손)다. 곧바로 편파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경찰이 운영자의 신병 확보를 위해 서버가 있는 미국 당국에 공조 수사를 요청하자 “일베는 왜 제대로 수사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일베와 같은 여성혐오 사이트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항의였다.

지난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4차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를 개최한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는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워마드 운영자에 대한 수사가 “여성 표적 수사”라고 주장하며 민 청장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민 청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에서 열린 사이버성폭력 수사팀 현판식에 참석해 “경찰은 그 누구든 불법촬영을 게시하고 유포, 방조하는 사범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수사를 해나가고 있다”며 “일베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수사를 해서 게시자는 검거했고 유포하고 조장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수사를 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민 청장에 대해 “지나치게 여성들의 눈치를 본다”며 연일 ‘여성’을 강조하고 있는 민 청장의 행보를 비판하고 있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민 청장의 파면을 요구하는 글이 등장했다. 이들은 “경찰청장이란 사람이 혜화역 시위에 아이스팩을 지원하라는 지시를 하는 등 성차별적인 이념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혐·여혐 세력 간 갈등에 공권력의 정당성까지 논란에 휩싸이면서 성 대결은 복잡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