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제외 등 놓고 異見
당내‘규제혁신’견제 목소리
‘가시적 성과’-‘지지층 결속’
청와대·여당간 입장차 확대

최근 규제혁신 정책의 본격적 추진을 계기로 당·청 간의 입장 차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가 계속되고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수평적 당·청 관계가 강조되면 여권 내 균열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각종 개혁을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국정운영 동력이 분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인터넷전문은행 현장을 방문한 이후 은산(은행·산업자본)분리 예외 법안 처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규제혁신 정책을 두고 여당 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9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라고 하는 자동차에 브레이크가 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규제혁신 법안 처리가) 갈 수 있다”며 “여러분들께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주시는 게 저는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규제혁신에 거의 ‘올인’하면서 속도전을 강조하는 청와대와는 온도 차가 보인다. 비문(비문재인) 출신으로 분류되는 박 의원뿐 아니라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전날 “혁신성장에 따른 규제개혁이 경제민주화 원칙을 넘어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진보 진영 지지층들이 정부의 규제 개혁 행보를 비판하는 것을 의식하는 행보로 보인다.

청와대는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개인정보 보호 규제 해소 등 앞으로도 진보 진영의 반대가 상당한 사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이미 여권 내부에서부터 견제 목소리가 상당한 것으로 봤을 때 청와대의 계획대로 속도전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일각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과 비교하며 규제혁신 행보가 핵심 지지층을 잃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국정운영 동력이 급격히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5년 임기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청와대와 다음 선거를 바라보면서 지지층을 계속 묶어 둬야 하는 여당 간의 입장 차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정책적 노선 차이 외에 전당대회를 계기로 가시화되고 있는 친문 그룹의 분화도 당·청 관계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동안은 임종석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 그룹이 권력 핵심 내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러한 상황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는 것이다. 협치 내각 구성을 위한 야당과의 관계 설정 등을 두고도 당·청이 이견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모든 것을 청와대가 주도하는 상황에 대해 여당 내에 불만이 축적돼 왔던 것은 사실”이라며 “청와대가 그동안 압도적 지지율로 여론에 호소하는 방식을 주로 택했고 여당도 이에 따랐지만,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는 인식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