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中 재진입 준비에 속도
바이두 “다시 이길 자신 있어”

미국과 중국이 첨예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업체인 구글이 다시 중국 시장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국 내 아성을 구축하고 있는 바이두(百度)와 다시 한 번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구글이 중국의 검열 등을 준수하는 조건으로 중국 시장 재진입 준비에 속도를 냄에 따라 그동안 사실상 독점 이익을 누려온 바이두는 잔뜩 긴장하면서도 “구글을 이기겠다”며 일전을 벼르고 있다.

8일 미국 CNBC방송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리옌훙(李彦宏) 바이두 회장 겸 CEO는 전날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을 통해 “구글이 중국 시장 재진입을 결정하더라도 또 한 번 치러질 경쟁에서 다시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리 회장은 구체적으로 “이는 우리에게 진짜 칼과 창으로 PK(player kill)할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PK는 온라인 롤플레이 게임에서 가상 세계의 상대방 게이머의 아바타를 죽이는 것을 뜻한다.

그는 이어 “중국의 IT 기업은 충분한 역량과 자신감을 갖고 있으며 세계 기업과 경쟁을 치르기에 더욱 강해졌다”고 말했다. 리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가 최근 ‘구글의 복귀를 환영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런민르바오는 평론에서 “구글이 중국 시장을 빠져나간 것은 중국의 인터넷을 발전시킬 좋은 기회를 잃었다는 점에서 큰 실수였다”면서 “구글이 중국 법을 준수한다면 구글의 재진입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 구글이 중국 시장에서의 점유율 하락과 중국 당국의 검열 등을 이유로 빠져나갔을 때 시장점유율은 14%로, 바이두의 79%에 크게 밀렸다. 하지만 구글은 검색 정확도 면에서 바이두를 앞서고 있어 중국 시장에 복귀하면 바이두를 강력하게 위협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구글은 그동안 중국 시장 재진출을 위해 착실히 준비를 해왔다. 홍콩에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를 짓고 있고, 올해 1월에는 베이징에 인공지능 연구소를 개설했다.

하지만 리 회장은 “최근 몇 년간 산업 환경과 규모 차원의 큰 변화가 있었다”며 “중국 IT 기업이 세계의 선두에 서 있고 세계가 중국을 모방하고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