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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하얀 국화’ 출간… 한국계 미국인 매리 린 브락트

한국인 어머니가 늘 얘기했던
‘가부장제속 여성’ 쓰겠다 결심
토니 모리슨 등에게 영감받아

올 초 발간후 영미권 관심집중
英 가디언 ‘2018 주목작가’로
최근엔 국내에서 번역 출간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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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엄마의 사연을 들으면서 한국 여성의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느꼈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제주 해녀 이야기를 담은 소설 ‘하얀 국화(White Chrysanthemum·문학세계사)’가 최근 국내 번역, 출간됐다. 이 소설은 올해 초 영미권에서 출간될 당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특히 한국계 미국 작가 매리 린 브락트(사진)의 첫 번째 장편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영국 가디언은 ‘2018 주목할 만한 10명의 작가’ 중 한 명으로 꼽았다. 그를 이메일로 만났다.

―제목의 의미가 궁금한데.

“한국에서 조화로 쓰고 있는 하얀 국화에서 따왔다. 한국에서는 고인의 묘소를 방문할 때 주로 하얀 국화를 가지고 가지 않나. 흥미로운 사실은 노란 국화는 일본의 천황과 그 집안을 상징하는 황실의 문장이라는 것이다.”

―이번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1991년 처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던 위안부 여성인 김학순 할머니에 대해서 읽었을 때 나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조선 여성들에게 일어났던 일에 큰 충격을 받았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위안부 여성들의 비극적인 삶에 대해 알면 알수록 놀랐고, 역사가 어떻게 그들을 기억할지 걱정하게 됐다.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한국과 어떤 인연이 있으며 왜 한국을 배경으로 책을 쓰게 됐나.

“어머니가 한국인이다. 어머니는 이야기를 아주 생생하게 잘 전달하는 사람이다. 나는 텍사스주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는데 어머니가 어린 시절 여자라는 이유로 겪어야 했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장손을 중시하는 한국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어머니는 맏딸이었고 만약 자신이 아들로 태어났다면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 여성의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욕구를 느꼈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고통받았던 사람들에 대해서 쓰고 싶었다.”

―소설은 자매간인 ‘하나’와 ‘아미’의 이야기를 번갈아 들려준다. 처음부터 두 사람의 이야기를 생각했나.

“처음에는 하나의 이야기만 있었다. 하나에게 여동생이 있다고 상상했지만 인물로 부각할 계획은 없었다. 아미의 분량이 많아진 것은 하나가 나오는 힘겨운 장면들로부터 나 스스로 거리를 둘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책을 쓰는 동안 나는 하나의 감금 상태에 대해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괴로웠다. 아미는 어둠 속의 빛이었고 내가 글을 쓸 때 필요로 했던 ‘거리’를 두는 데 도움이 됐다.”

―실존 인물에 근거한 캐릭터도 있나.

“특정한 실존 인물에 바탕을 두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주인공 하나는 자신의 이야기가 출판되는 것을 허락한 여러 여성의 증언을 혼합해서 창조한 인물이다. 특정 인물보다는 모든 위안부 여성을 대표하기를 바랐다. 아미 역시 상상으로 만든 인물이다. 하나가 사랑하는 동생으로, 전쟁으로 피폐해진 나라에 남겨진 여성이다. 나도 자매여서 자매간의 정을 쓰는 게 수월했다. 일본 군인 모리모토는 위안부 여성들을 유린한 모든 군인을 상징한다. 궁극의 악한이고 그의 최후를 상상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제주 해녀 문화가 상세히 들어가 있는데.

“책을 쓰기 전에 조사 단계에서 해녀를 알게 됐다. 한국 최초의 ‘워킹맘’으로서 해녀는 한국 역사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 나는 해녀들을 내 이야기에 넣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그들이 존경스러웠고 하나와 아미의 이야기 속에 남기를 바랐다.”

―책을 쓰기 위해 어떤 조사를 했나.

“소설을 시작하기 전에 넉 달 동안 위안부 여성에 관해 조사했다. 책, 기사, 다큐멘터리를 참조했다. 2차 세계대전과 일본의 조선 합병, 만주 침략 역사도 공부했다. 그다음에는 해녀와 제주 4·3사건, 6·25전쟁에 대해 연구했다. 1년 이상 걸린 것 같다.”

―이번이 첫 장편인데,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건 언제인가.

“고등학교 때부터였으나 어머니가 그러면 가난할 거라고, 제대로 된 직장을 얻는 게 현명하다고 나를 설득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남들과 비슷한 직장생활을 하다가 서른 살이 돼서야 작가의 꿈을 다시 떠올렸다. 한 번이라도 시도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 그로부터 9년이 걸렸다.”

―어떤 작가가 영감을 줬나.

“토니 모리슨, 메릴린 로빈슨, 조지 오웰 등 많지만 한국의 신경숙 작가에게도 영감을 받았다. 책을 쓰기 전이나 초고 후, 또는 퇴고 과정에서 이들의 글을 읽었다. 그때마다 내 정신을 붙들어줬고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볼 수 있게 도움을 줬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