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학생 2명 숨지며 전국적으로 확산

무질서한 교통 환경으로 악명 높은 방글라데시에서 고교생들이 교통안전을 요구하며 수백 대의 차량을 파손하고 일부 차량을 불태우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3일 일간 다카트리뷴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고교생 수천 명이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5일째 수도 다카 곳곳에서 도로를 막고 교통안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일부 학생들은 도심으로 행진하며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는 구호도 외쳤다. 이들은 지나가는 차를 세워 운전면허증을 검사하거나 도로 일부를 긴급차량 운행용으로 비우게 하는 등 ‘교통경찰’ 노릇까지 했다. 일부는 경찰 오토바이, 버스 등을 파손하고 불까지 지르는 등 시위는 갈수록 격렬해지는 양상이다.

학생들의 시위와 관련해 방글라데시 정부는 2일 전국에 임시휴교령까지 내렸지만 시위대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들은 7월 29일 10대 학생 두 명이 승객을 태우기 위해 과속으로 달리던 버스에 치여 사망한 뒤 거리로 뛰쳐나왔다. 관련 소식이 SNS로 퍼지면서 흥분한 학생들이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고 평소 등하교 시 교통상황 때문에 위협을 느꼈던 학생들이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시위 참가한 고교생 임란 아메드는 AFP통신에 “그들(교통 당국 등)은 우리 요구를 심각하게 받아들였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방글라데시는 무면허 운전자가 많은 데다 교통질서도 엉망인 탓에 지난해만 4200명 이상이 교통사고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에 참여한 사이야라 이슬람 로지는 BBC에 “외출할 때마다 도로가 얼마나 위험한지 보고 있기 때문에 시위에 합류하게 됐다”며 “부패가 사라지고 운전면허증이 사탕처럼 쉽게 발급되지 않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시위는 샤자한 칸 운송부 장관이 “최근 인도에서 발생한 버스사고로 33명이 사망했는데 왜 그때는 시위를 벌이지 않았느냐”며 “시위대가 위선적”이라고 발언하면서 더 격렬해졌다. 칸 장관은 이후 공식 사과했지만 학생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결국 2일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나서 학생들이 제시한 요구사항을 시행하라고 지시했고 방글라데시 정부는 운전면허증 관리 및 단속을 강화하고, 대로에 접한 학교 인근에 육교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5일간 차량 317대가 파손됐고 8대가 불탔다며 “학생들은 이제 학교와 집으로 돌아가 달라”고 당부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