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기존엔 특별한경우에 한해 인정
교황 “비인간적 조치” 의지 강해

교황청이 가톨릭 교리문답서를 사형 전면 불허로 공식 수정하고 전 세계적으로 사형제 폐지를 위한 노력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청은 이날 성명을 통해 가톨릭 교리문답서에 어떤 경우에라도 사형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지난 1992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선포한 교리문답서는 가톨릭 신자의 도덕적·사회적 기준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해 둔 공식 지침서다. 기존에는 사람의 생명을 지키고, 국가적 형벌 등 일부 특별한 경우에 한해서 사형을 인정했지만, 이제는 어떤 이유로든 모든 사형을 반대한다는 것이다. 기존 교리문답서에 “사형제는 정의롭지 못한 공격자로부터 인간의 목숨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는 유일하게 가능한 방안”이라던 조항은 새로운 교리문답서에서 “복음서에서는 한 인간의 불가침성과 존엄성에 대한 공격인 만큼 사형제가 용인될 수 없다고 가르친다”로 바뀌었다. 또 “교회는 굳세게 전 세계에 걸쳐 사형제 폐지를 위해 노력한다”는 문구도 삽입됐다.

교리문답서에 사형제의 전면 반대가 포함된 데는 프란치스코(사진) 현 교황의 의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0월 가톨릭 교회 교리서 발간 25주년 기념식에서 “사람을 사형에 처하는 것이 비인간적 조치라는 점이 반드시 강력하게 서술돼야 한다”며 교리문답서의 변경 필요성을 언급했다. 지난 2015년 미국 의회 연설에서도 사형제 폐지를 촉구했다.

가톨릭 교회의 교리문답서 수정이 각국의 실제 사형 집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시선을 모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교황의 이번 결정으로 낙태 반대에 집중돼 있던 미국 가톨릭 교단의 생명 존중 운동이 사형제 폐지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라며 “가톨릭교도인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와 피트 레케트 네브래스카 주지사 등이 향후 사형제를 어떻게 운영할지도 관심”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교단 내 보수·진보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을 비롯한 나라에서는 상당수의 가톨릭 신자들이 사형제를 지지하고 있는데 교황청의 이번 결정은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