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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교육 형식적… 활용 의문
1대당 180만원 道가 지급해와
업체·기사들도 “설치 안 원해”

승객 심정지 등 긴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버스에 설치된 자동 심장충격기(AED·사진)가 무용지물로 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질환 진단법을 제대로 아는 버스 기사가 적은 데다 잘못된 대처에 따른 의료 사고를 우려하는 경우도 많아 사용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AED 효용성 논란이 일자, 설치 비용 지원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2일 도와 버스업계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말 버스 내에서 부정맥 등으로 심장마비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신속한 응급조치를 위해 차내에 자동 심장충격기를 설치하는 사업을 처음 시행했다. 도는 수원시와 고양·포천시 등 10개 시·군을 통해 설치를 희망하는 버스업체를 접수, 11개 업체에 10~30대씩 총 200대의 설치비를 지원했다. 장비 1대당 가격은 180만 원으로, 업체가 자체적으로 장비를 구입해서 버스에 장착하면 도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지원이 이뤄졌다. 사업비는 총 3억6000만 원이 소요됐다.

하지만 이 사업은 지난달 열린 경기도 버스정책위원회에서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됐다. 버스 업체들이 장비 설치를 원치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기사들이 심장 질환자를 진단하는 방법 등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장비를 사용할 경우 환자의 상태를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버스 기사에 대한 장비 운용교육도 형식적이란 지적이다. 도는 지난 3월 전국버스공제조합 등과 함께 자동 심장충격기 40대를 지원받은 수원시 K여객과 Y버스 등 2개 업체의 기사 80여 명을 상대로 장비 사용교육을 진행했다. 그러나 친절교육 및 종사자 준수사항 등 일반적인 직업교육과 함께 병행돼 제대로 된 사용교육이 진행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시 버스행정 담당자는 “교통안전관리공단 등에서 정기적으로 종사자 교육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 교육까지 함께 실시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3대가 도입된 포천시의 경우도 버스업체에서의 정기적인 직업교육에서 응급처치 요령을 일부 가르칠 뿐, 도 차원에서 별도로 진행된 것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도 관계자는 “심장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의료적 지식이 없는 탓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수 있어 버스 기사들이 설치를 원치 않는다고 해 앞으로 사업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수원 = 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