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노무담당 전무 소환조사
‘그린화작업’ 개입 여부 추궁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목모 삼성전자 전무를 31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본사 임원이 노조 와해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이 삼성전자서비스의 각종 노조 와해 공작에 모회사인 삼성전자의 조직적 개입이 있다는 정황을 포착, 본격적으로 본사를 겨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수현)는 이날 오전 오랫동안 삼성전자 노무 담당 전무로 근무했던 목 전무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목 전무를 상대로 노조 와해와 관련해 지시한 사실이 있는지, 삼성전자서비스로부터 어떤 보고를 받았는지 등을 추궁했다.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 지역센터를 위장폐업하거나 노조원 일감을 줄이는 등 ‘그린화 작업’에 본사가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목 전무가 노조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삼성전자에 꾸려진 ‘즉시대응팀’ 소속으로 활동하며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 와해 지침을 내려보내는 등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앞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삼성전자 노무 분야 자문위원을 지낸 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 출신 송모 씨와 삼성전자서비스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던 최모 전무 등으로부터 “목 전무와 함께 매주 노조대응 회의를 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목 전무는 이날 오전 9시 43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그는 ‘노조 와해 혐의를 인정하느냐’ ‘미래전략실의 보고 대상은 누구인가’ 등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닫은 채 조사실로 들어갔다. 목 전무는 2011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 상무를 시작으로 본사 인사 담당 업무를 수년간 맡으며 삼성의 노조 와해 의혹을 풀 핵심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는 같은 팀 전무로 승진했다. 이후 지난해 11월까지는 인사팀 전무로 근무했다. 검찰은 목 전무의 조사와 함께 지난 10일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던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전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에 대해서도 소환을 검토하고 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