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함식(觀艦式)은 군 통수권자인 국가원수가 자국 군함을 집결시켜 전투 태세와 군기를 사열하는 중요한 안보(安保) 행사이다. 국제관함식은 동맹국과 우방은 물론 인근 국가들의 군함까지 초청해 함께 진행함으로써 안보 협력을 도모하는 효과까지 노린다. 이 때문에 주요 국가들은 해상 안보역량을 총동원해 국제관함식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한국은 1960년대 초까지 관함식을 실시했으며, 국제관함식은 1998년 정부수립 및 건군 50주년을 계기로 처음 열린 이후 10년 뒤인 2008년에도 성대하게 개최됐다. 2015년에는 광복 및 해군 창설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히 열려 해군 위상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2018 대한민국 국제관함식’이 오는 10월 10∼14일 제주 해군기지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런데 이를 둘러싸고 최근 벌어진 일련의 상황은 개탄스럽다. 우선, 개최 여부를 ‘동네 투표’로 결정하자는 주장이 그렇다. 해군기지가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투표가 지난 28일 실시됐다. 449명이 참가해 찬성 385표, 반대 62표로 통과됐지만, 이런 발상부터 황당하다. 지난 25일 청와대가 ‘주민 투표 결과를 따르겠다’고 발표한 것은 더욱 어이없다. 안보 의제는 국가 차원에서 결정돼야 한다. 만약 주민투표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제주도 차원은 돼야 한다. 주민투표법 제16조는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한다. 다만, 특정 지역 또는 주민에게만 이해관계가 있는 사항인 경우, 단체장이 지방의회 동의를 얻은 때에는 관계 시·군·구 또는 읍·면·동을 대상으로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제관함식이 강정마을에만 이해관계가 있는 일은 결코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관함식 찬성 ‘대가’를 지불하려는 정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강정마을 배상금 34억5000만 원 구상권 청구 소송을 철회한 바 있다. 지난 18일에는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강정마을을 찾아 “대통령이 방문해 유감과 위로의 말을 전하고 공동체 회복사업의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그럼에도 일부 주민은 투표에 불복해 무효 소송을 제기할 방침인 것으로 보도됐다. 안보가 이런 식으로 휘둘려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