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조스님 “설정 퇴진 합의 번복
물밑대화 중… 해결 비관안해”
수좌회·종무원,종단개혁 촉구

대한불교조계종 사태가 금명간 해결 기미를 보이며 최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총무원장 설정 스님 퇴진과 종단 개혁을 요구하며 38일째 단식 농성 중인 설조 스님은 27일 “총무원 측에서 어제 당사자 퇴진과 개혁적인 인사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라는 요구에 상당히 근접한 방안을 제시했으나 오늘 아침에 돌연 번복했다”고 밝혔다. 그는 “설정 총무원장의 퇴로를 열고 현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각자 자기주장을 포기하고 종단을 위한 회향을 하고자 했으나 번복됐다”며 “다른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어 거절했다”고 말했다. 설정 스님은 이날 오전 설조 스님을 방문해 이 같은 내용을 함께 밝힐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 측은 “사실상 설정 스님이 물러나고, 설조 스님이 단식을 푸는 큰 틀에 합의했으나 아침에 취소됐다”며 “서로 대화를 진행 중이어서 문제 해결을 비관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계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전국수좌회 대표 의정 스님과 의장 월암 스님을 비롯해 속리산 법주사 선원장 수원 스님 등 전국 제방 선원의 선원장급 스님 20여 명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종단 개혁을 촉구하고 국민에게 참회하는 ‘108배 참회정진’을 가졌다. 전국수좌회는 “지금 조계종 사태는 이판과 사판을 떠나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보여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며 “설조 스님이 목숨을 건 단식을 결행하는 사태가 우리 수좌들과 무관한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수좌회는 하안거가 끝나는 다음 달 21일 전국수좌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조계종 중앙종무기관과 산하기관 일반직 종무원 57명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지금의 상황을 그저 지켜보거나 동원의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총무원장 스님을 비롯한 교역직 종무원들이 현 상황에 대하여 빠른 시일 안에 해결책을 수립해 종단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종단의 실질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종무원들이 나선 것은 조계종 사태가 정점에 달했음을 보여준다고 불교계 주변에서 해석하고 있다.

한편 지난 20일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에 이어 이날 오전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설정 총무원장과 설조 스님을 각각 방문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