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감賞 최예원 양

선생님, 둔덕중학교를 떠난 지 2년이 지났으나 아직 선생님이 기억에 또렷이 남아 편지를 드립니다. 2학년 막바지 겨울 방학에 선생님께 안녕히계시란 인사 한마디 못 드리고 떠나와 죄송했습니다. 그간 안녕하셨나요, 선생님께서 2014년에 담임을 맡으셨던 1학년 1반의 최예원입니다.

저는 남아있던 마지막 중학교 생활 1년을 무난하게 보내고 나름 만족스러운 고등학교 1학년 생활을 보내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여전히 둔덕중학교에서 후배들에게 국어를 가르치시고 있겠지요. 문법이든 문학이든 듣는 학생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주시는 선생님의 수업이 그리웠습니다. 이사를 오기 전에는 국어 시간이 마냥 좋아 선생님의 수업 전 쉬는 시간이면 늘 ‘아, 나의 힐링 타임이 왔군’이라며 마음속으로 몰래 신나곤 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저도 모르고 있던 저의 재능 한 가지를 발굴해주셨죠, 제 백일장 글을 읽으시곤 ‘글 참 잘 쓴다’라며 칭찬해주셨습니다. 잘하는 것 하나 없다며 늘 자신에게 비관적인 생각만 품고 살았던 제게 선생님께서 찾아주신 재주는 저의 유일한 자신감이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수업자료로 보여주셨던 ‘김창옥’ 교수님의 세바시 강의를 기억하시나요? 선생님 덕에 저는 가끔 그분의 영상을 보곤 합니다. 당시의 저에게도 지금의 저에게도 그분의 말씀은 잔잔한 감동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말씀은 유익했고 선생님께서 가끔 수업시간에 하시던 말씀들 역시 틀린 구석이 하나 없어 제 사고와 정서를 빚는 기본 틀이 되었습니다.

선생님, 전 아직 소심합니다. 말주변이 없지만, 목소리는 예전보다 커졌습니다. 선생님께서 절 아직 기억하실까 의아스럽고 아직 드리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습니다.

전 아직 선생님의 얼굴과 목소리를 기억합니다. 아마 알아보시겠지요. 전 아직 선생님을 기억하니 함께 국어를 배웠던 친구들과 선생님을 찾아뵙고 싶습니다. 그때까지 그 학교에서 기다려주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