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폭염이 지속되면서 에어컨 설치·수리·청소 등을 둘러싼 소비자 불만이 증가하고 있다. 에어컨 설치 기사가 서울시 한 건물 내부에 에어컨을 설치하고 있다. 자료사진

고장수리하려면 일주일 걸려

할인 판매해놓고 고가 운반비
실외기 설치하며 추가비용도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 신청
작년만 254건… 해마다 증가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에어컨 판매량뿐 아니라 에어컨을 수리·청소하려는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에어컨 설치나 수리·청소에 드는 비용이 천차만별인 데다,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40대 윤모 씨는 지난달 5세 된 어린 자녀 건강이 걱정돼 에어컨을 사용하기 전에 에어컨 내부를 청소하기로 했다. 그런데, 에어컨 제조사에 연락해 보니 청소 서비스 비용이 20만∼30만 원대로 너무 비쌌다. 윤 씨는 대신 에어컨 청소·수리를 대행해 주는 사설업체에 연락했다. 토요일 가족과의 외출도 미룬 채 청소 예약을 했다.

방문한 에어컨 청소 기사는 윤 씨의 에어컨이 통풍구가 회전되는 회전식 에어컨인 것을 보고는 “회전식 에어컨은 내 전공이 아니다”라며 회전식 에어컨을 전문으로 청소하는 기사와 다시 약속을 잡으라고 한 뒤 그냥 되돌아갔다. 또다시 일주일을 기다린 뒤 방문한 청소 기사가 에어컨을 분해해 청소했다. 문제는 청소 뒤에 발생했다. 청소 뒤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았던 것. 수리 전문이 아니었던 청소 기사는 이곳저곳을 만져 봤지만, 어디가 고장인지 알아내지를 못했다. 청소 기사는 결국 “에어컨 제조사에 수리 접수를 해라. 청소하는 과정에서 고장이 난 것이라면 내가 수리 비용을 물어주겠지만, 청소와 무관한 부분의 고장 때문이라면 수리 비용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청소하기 전에 에어컨이 잘 작동하는지 틀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고장 원인이 청소 때문이 아니라면 자신이 수리 비용을 물어줄 이유가 없다는 얘기였다. 수리를 받아 본 결과, 계기 터치판 센서가 고장 원인이었다. 결국, 8만 원의 수리비는 윤 씨가 고스란히 떠안았다.

최근 계속되는 폭염으로 에어컨 청소·수리 수요가 몰리면서 제때 에어컨 청소를 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30대 권모 씨는 “소셜커머스에서 청소 서비스 상품을 결제하고 예약을 하려 하니 이미 한 달치 예약이 끝났다고 하더라”며 “예약을 한 뒤에도 청소 기사 일정 때문에 일주일을 더 기다려서야 청소할 수 있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예전에 에어컨에 핀 곰팡이를 눈으로 직접 본 탓에 청소하기 전에는 도저히 에어컨을 켤 수 없어 에어컨 없이 찜통더위를 한 달여 동안 견뎌야 했다.

폭염으로 뒤늦게 에어컨 판매에 불이 붙으면서 설치와 관련한 소비자 불만도 증가하고 있다. 무더위가 시작된 7월 둘째 주, 오프라인 유통가의 에어컨 판매량은 롯데하이마트 기준으로 전주 대비 135%, 전년 동기 대비 15%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에어컨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최저가’를 내세워 낮은 가격으로 구입을 유도한 뒤, 실외기 등 부속품이나 가스 충전비·운반비·설치비 등을 부풀려 청구하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심지어 ‘무료 배송’으로 명시한 뒤 운반비를 추가로 청구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26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에어컨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2015년 100건에서 2016년 147건, 2017년 254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이 설치 및 수리와 관련한 것이었다. 구입 채널별로는 온라인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매년 여름 에어컨 설치 및 배송 분쟁이 자주 일어난다”며 “에어컨 설치 및 배송 시 계약 조건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설치 기사와 충분히 상의해야 하며, 설치 후 작동 여부 확인과 자가점검도 필수”라고 말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