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대법원 인증서도 위조
檢, 국제사기단 8명 기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명을 위조한 인증서를 미끼로 다수의 피해자에게서 30억 원 상당을 가로챈 국제사기단이 검찰에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해외에 있는 공범들과 손잡고 치밀한 역할 분배를 통해 장기간 조직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판단, 국제공조를 통한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형진휘)는 존재하지도 않은 거액의 해외 상속자금을 국내로 들여오기 위한 경비 마련을 명목으로 6명의 피해자로부터 30억 원 상당을 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8명을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국내 총책 A(62) 씨, 국내 부총책 B(62) 씨, 자금관리책 C(39) 씨 등 4명은 구속 기소됐고, 나머지 자금 조달책 3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현재 행방이 불분명한 자금조달책 D 씨에 대해선 지명수배가 내려진 상태다. B 씨는 형사사건 청탁 알선 명목으로 국내 총책인 A 씨로부터 2회에 걸쳐 4500만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도 추가로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허위의 해외 상속자금이 존재한다고 믿게 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 명의의 인증서, 영국 대법원 인증서까지 위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해외 명의의 인증서를 위조하고 활용한 수법이 정교해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면서 “비자금 사기, 보이스피싱 등과 구별되는 새로운 유형의 민생침해 범죄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위조한 해외 은행계좌 잔액 증명서를 다수의 피해자에게 제시하며 피해자들을 철저히 속인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이 치밀하게 역할을 나눠 지속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의심하고 있다. 자금 총책인 A 씨는 거액의 해외 상속재산이 있는 재력가 행세를 했고, B 씨는 상속자금을 국내에 들여올 수 있는 실력자 행세를 하며 피해자들을 속였다. 검찰은 이들이 이 같은 방식으로 챙긴 금액을 상당수 해외로 빼돌린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향후 국제공조를 통해 해외 거주 국외 총책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