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2년 차를 맞아 새 경제정책 기조로 ‘포용적 성장’을 공식화했다. 취임 이후 ‘소득주도 성장’을 앞세워 추진한 최저임금 고율 인상, 주(週) 52시간제 등으로 경제 전반의 부작용이 심각해지자 국면 전환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23일 “포용적 성장정책은 신자유주의 성장정책에 대한 반성으로 주요 선진국과 국제기구가 동의하는 새로운 성장정책”이라고 밝혔다. OECD 대사를 지낸 윤종원 경제수석이 청와대에 입성한 후 문 정부 내에서 소득주도 성장을 대체하는 용어로 부쩍 쓰여왔다.

포용적 성장이 국제기구나 선진국에서 통용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성장전략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수사(修辭)에 가깝다. 성장을 하되 그늘진 곳이 없게 살펴야 지속 가능하다는 취지로, 굳이 이론을 달 필요가 없는 보편적 가치의 표현이다. 문 정부는 포용적 성장이 소득주도 성장과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을 은근히 강조하며 정책 실패를 덮으려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하지만 포용적 성장이 시장에 기반을 두는 데 반해, 예컨대 ‘최저임금 1만 원’은 국가가 사적 임금체계에 직접 개입하는 과격한 반(反)시장 정책이다. 그 결과 고용이 줄었고, 소득 분배는 오히려 악화됐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병행해야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최저임금 과속 등으로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하고, 대기업을 적대시하며, 혁신성장을 달성하겠다는 건 난센스다. 지금이야말로 무엇을 주력 성장전략으로 삼을지 선택할 시점이다. 경제 버팀목인 반도체마저 적신호가 켜졌고, 주력 제조업의 성장엔진은 식은 지 오래다. 중소기업의 해외 탈출도 심상찮다. 그러나 문 정부는 자영업자들이 비명을 지르자 청와대에 ‘자영업비서관’을 신설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은 실패한 것이 분명한데도 내년 최저임금을 재심의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혁신성장을 외치고, 기업들 기 살리기를 주문하면서도 원격의료·은산분리·빅데이터 활용 등 정권 지지층이 반발하는 이념형 규제는 요지부동이다. 부를 창출하지도 않고 분배할 수 있는 척하는 건 위선이다. 용어만 그럴듯하게 포장할 게 아니라 성장엔진을 찾는 데 주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