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 사외이사 5명이 지난 10일부터 5일간 아랍에미리트(UAE)로 출장을 다녀왔다. ‘해외 원전사업 추진 현안 점검과 현장 직원 격려’ 목적으로 출장비와 안내 인력 지원을 받아 중동 지역에 첫 수출한 원자력 발전소 바라카 원전 등을 방문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국내 대표 원전 전문기관 사외이사들의 출장 명목으로는 그럴듯하다. 하지만 이들의 그간 행적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한수원은 지난달 15일 시간·장소를 바꿔가며‘도둑 이사회’를 열어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고 천지·대진 등 신규 원전 4기 건설도 백지화했다. 각계의 우려를 외면한 채 제 손으로 원전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결정을 한 것이다. 이렇게 ‘원전 죽이기’에 가담한 사외이사들이 한 달도 안 돼 해외 원전 건설 시찰에 나섰다니 후안무치(厚顔無恥)가 따로 없다. 현장 직원을 격려한다는 건 코미디에 가깝다.

김해창 사외이사(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건설 반대 측 토론자로 나선 탈원전 환경론자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반(反)원전 인사들이 원자력 관련 기관에 대거 입성한 바 있다. 문 정부는 탈원전에 몰두하면서도 해외 수출은 별개라는 궤변을 내놓았다. 사외이사들의 처신도 어찌 그리 똑같은가. 사외이사 5명의 출장 경비는 비즈니스 항공권을 포함해 2731만 원이다. 한수원이 원전 운영으로 번 돈임은 물론이다. 출장 세부 내역을 제출하라는 국회의원 요구도 거부하는 걸 보면 외유(外遊) 성격이 분명해 보인다. 한수원 탈선이 점입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