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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마약상 정보수집에 동원
시민들 “인권보호에 역행” 분노

영국경찰과 정보기관이 영화 ‘007 시리즈’(사진)에 나오는 비밀요원처럼 청소년을 테러, 마약밀매 등에 대한 정보수집 스파이로 이용해 온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영국 사회가 “청소년들을 범죄에 노출시키는 건 학대행위”라며 비난을 퍼붓고 있는 가운데 영국 정부가 더 쉽게 청소년들을 활용하려 법적 강화까지 꾀한 사실이 드러났다.

19일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상원위원회는 이날 경찰 및 정보기관들이 정보 수집을 위해 청소년들을 일종의 스파이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청소년들은 주로 테러리스트나 폭력단체, 마약밀매상 등과 관련한 은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동원됐다. 동원된 청소년 중 일부는 16세 미만이었다. 이들은 경찰에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요원들을 대신해 정보수집 업무를 할당받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정보전달이 아니라 실제 한 명의 요원으로 적극적인 정보수집 활동에까지 동원된 셈이다.

상원위원회는 정부가 청소년들을 동원하기 위해 법적 자유까지 주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청소년들을 비밀정보원으로 재등록하는 기간을 기존 한 달에서 넉 달로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이라는 기간 내에 수행할 수 없는 업무가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영국 내무부는 “청소년들에게 결과를 가져오라 압박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기간이 짧으면) 청소년을 정보 요원으로 이용하는 것을 피하려는 법 집행기관에 이를 제지할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보수집에 동원된 청소년들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내무부는 “청소년 정보원 이용은 다른 방법이 없을 때, 정말 필요할 때 매우 드물게 이뤄진다”며 매달 해당 청소년의 복지와 안전이 확실히 보장될 수 있도록 검토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그 기준도 너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또 청소년기 아이들이 범죄 상황을 직접 겪으며 정신 건강에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영국 시민사회는 청소년들을 위험한 정보수집에 동원하는 것은 아동학대라며 분노했다. 라이츠워치의 법 정책 담당관 로잘린드 코민은 “청소년들을 정부의 가장 어두운 곳의 군인으로 고용하는 것이고 의도적으로 그들을 테러리즘, 범죄, 성 학대 등에 노출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인권 의무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조치”라고 말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