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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식 한국남부발전 사장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은 탈(脫)탄소, 온실가스 감축을 골자로 한 글로벌 에너지 정책 환경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과거에는 경제성과 효율을 중시해 대규모 전원(電源) 확보를 중시했다면, 현재는 환경과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재생에너지의 비율과 분산형 전원 확대를 골자로 계획을 수립했다.

이는 발전사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에너지 전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되는 분위기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실시한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국민인식조사’(2018.6)를 보면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찬성 여론은 84.6%로 많은 수의 국민이 친환경 에너지정책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한편 에너지 전환의 실천 가능성에 의구심을 갖는 견해도 있지만 에너지 전환은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이 추구해야 할 길이다. 세계는 이미 에너지 전환을 발 빠르게 실천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EU집행위원회, 유럽의회, EU이사회 간 재생에너지 지침 개정을 위한 3자 협상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치를 기존 27%에서 32%까지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중국도 비(非)화석에너지 발전설비 규모를 740GW까지 확대할 계획을 수립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빠른 걸음을 걷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하는 재생에너지는 호주, 독일, 영국, 네덜란드, 덴마크 등에서 이미 가장 저렴한 발전원이 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비용 절감이 예상된다.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위주의 전통적인 발전 회사들에 에너지 전환은 생존을 위협하는 여건 변화인 동시에 도전해야 할 과제다. 친환경 에너지 믹스와 디지털을 포함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변신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 발전설비용량의 약 10%를 보유한 한국남부발전도 환경 보전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풍력과 태양광 중심의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발전(發電)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의 포집, 활용 및 저장(CCUS) 기술 개발과 미세먼지 절감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남부발전이 신규로 건설하는 남제주 가스복합발전소는 친(親)환경성과 디지털화 차원에서 가장 깨끗하고 스마트한 발전소의 프로토 타입이 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

남부발전은 정부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목표 20%보다 더 높은 30%를 기준으로 한 ‘신재생 3030계획’을 수립해 재생에너지와 연료전지, 에너지 저장장치(ESS) 등 친환경 에너지 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7조9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그리고 풍력 설비 국산화를 위한 지속적 투자와 함께 대규모 태양광과 연료전지, 해상 풍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보급에 집중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대한민국 청정에너지의 큰 축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인 지역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진정성 있는 소통과 합리적인 보상이라는 기본에 충실하고 성과를 지역 주민과 공유하는 주민 참여형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에너지 전환 정책의 핵심 과제로서의 ‘신재생 3020’ 정책 목표를 수립할 당시만 하더라도 실천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다. 하지만 불과 1년여가 지난 지금, 남부발전을 포함해 일부 발전 공기업들의 목표치는 ‘3020’ 수치를 넘어서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에너지 전환 정책의 연착륙을 위해 우리 발전 5사의 선도적인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