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장세훈 ㈜세부유통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본사 집무실 책장에 진열해둔 홀인원 트로피를 꺼내 설명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장세훈 대한골프협회 경기력향상위원장

남녀대표 선발에 총감독 중책
회사보다 골프장서 살다시피
뒤돌아보며 ‘이럴 걸’ 후회말고
‘하고싶은 샷 하라’ 선수들 독려

美고교 유학때 입문 구력 40년 베스트 3언더에 홀인원 4차례나 체중 불며 비거리·집중력 저하 세계 100大 골프장 순례가 꿈

장세훈(57) ㈜세부유통 대표는 요즘 불어난 체중 외에 걱정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장 대표가 올해부터 대한골프협회(KGA)의 ‘경기력향상위원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오는 8월 열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골프 국가대표팀을 최종 확정했다.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세부유통 본사에서 장 대표를 만났다. 장 대표는 “오랜만에 회사에 출근한 느낌”이라며 “국가대표 선발을 앞두고, 회사보다 국가대표 선발과정에 심혈을 기울이느라 골프장에서 살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골프 남녀 국가대표팀을 총감독하는 위원장으로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메달을 장담할 처지가 아니라고 걱정했다. 한국은 전통의 강국이지만 최근 태국이나 중국 등의 기량이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2014년처럼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 목표는 금메달. 하지만 남자는 더 이상 메달권 진입을 낙관할 수 없게 됐고, 여자 역시 금메달 안정권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장 대표는 “골프는 변수가 워낙 많아 날씨와 바람과 싸워야 하고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면서 “선수 자신이 가진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 대표가 어린 대표팀 선수들에게 틈만 나면 강조하는 말이 있다. “뒤돌아보며 ‘이렇게 할걸’ ‘저렇게 할걸’하며 후회하는 대신 ‘하고 싶은 샷’들을 해보라”고 당부한다.

장 대표가 KGA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4년 국제분과위원회 위원을 맡으면서부터. 이후 2013년부터 경기력향상위원회 부위원장을, 올해부터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기력향상위원회는 국가대표 선발 기준을 만들고 대표 최종 선발권을 갖는다. 올해는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아일랜드)가 겹쳐 있기에 회사보다 협회 일에 더 치중하는 편이다. 지난 6월 대표선발을 최종 마감할 때까지 주 3∼4일을 대표팀 관련 업무에 치중해왔다. 대표 선수 경기를 보기 위해 대회장을 찾다 보니 골프장에 가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이젠 코치 못지않게 대표팀 선수의 표정, 스윙 동작 하나만 봐도 선수의 컨디션을 알아차릴 정도다.

1977년 고교 시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장 대표는 한국에서는 아이스하키를 배웠다. 미국에서 미식축구를 했지만, 체력에 한계를 느끼면서 1년도 안 돼 골프로 전향했다. 오리건주립대학에 진학한 후 골프에 빠져들었다. 선수는 아니었지만 힘쓰는 운동을 해서인지 기량이 금세 늘었다. 대학 3학년 때에는 공인 핸디캡 2가 될 정도였고, 집 근처 퍼블릭골프장에서 언더파를 곧잘 쳤다. 장 대표의 베스트 스코어인 3언더파 69타도 이때 작성했다. 한국에서는 2년 전 경기 성남의 남서울CC에서 2언더파 70타까지 쳤다.

장 대표는 유학생활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와 고려증권에 입사했다. 하지만 몇 년 안 돼 사업가로 변신했다. 장 대표는 외식사업에 눈을 돌렸다. 1990년 서울 용산의 하얏트호텔 바로 앞에 이탈리안레스토랑 ‘라쿠치나’를 열었다. 하얏트호텔에는 특급호텔임에도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없었기에 지인의 도움을 받아 문을 연 이래 지금까지 29년째 미식가들의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해 건물 전체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규모도 키웠다. 지금은 스테이크 하우스도 겸업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내 스테이크 하우스를 비롯해 서울대 내 레스토랑 2곳, 남서울 제2연습장 내 레스토랑 등 직영점 여러 곳을 운영 중이다. 항공사 기내식 간식을 공급하고 있고, 별도의 죽을 비롯한 가공식품 유통사업도 병행하며 연 매출 150억 원을 넘는 중견기업으로 키웠다.

장 대표는 골프에서 하고 싶은 것이 많다. 하지만 하나하나씩 이루어 갈 계획이다. 그중 하나가 세계 100대 골프장 순례다. 우선 가장 유명한 10위 이내 골프장 섭렵을 목표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를 다녀왔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에는 벌써 4차례 다녀왔다. 마스터스 기간 중 KGA 임원 대표로 3차례, 사비를 털어 한 번 다녀왔던 것. 하지만 아직 이곳에서 라운드는 하지 못했다.

장 대표는 체중 110㎏이 넘는다. 어린 시절 통통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급격히 체중이 불기 시작했다. 몇 해 전부터 담배를 끊고 나서 체중이 20㎏ 이상 늘어났다. 기관지 천식으로 고생이 심해지자 하루 3갑씩 피우던 담배를 끊었다. 장 대표는 불어난 체중관리를 위해 단식원까지 다녀오는 등 별의별 다이어트를 다 해봤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지금 같아선 살 빼는 것보다 언더파 치는 게 더 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

골프 구력 40년이 넘은 장 대표는 홀인원을 4차례 작성했다. 30년 동안 못하던 홀인원을 2007년 남서울CC 11번 홀에서 처음 작성한 이래 10년 사이 4차례나 기록했던 것. 이후 경기 광주의 이스트밸리골프장 남 코스 8번 홀에서, 제주 나인브릿지 골프클럽 7번 홀에서, 그리고 2016년 경기 여주 웰링턴골프장에서 각각 작성했다.

장 대표는 남서울 골프장 클럽대항전 대표를 3년 동안 지냈지만, 클럽챔피언 타이틀은 따지 못했다. 담배를 끊기 전이던 2015년 남서울CC에서 2언더파까지 쳤지만 체중이 불어나면서 스윙이 변했고, 클럽 스펙도 달라졌다. 한때 프로에 버금가는 강한 샤프트를 써왔지만, 클럽 스펙도 두 계단 아래인 ‘SR’ 정도로 바꿨다. 늘어난 체중 탓에 백스윙 크기가 줄었고, 임팩트 이후 피니시와 폴로스루로 이어지는 동작이 짧아졌다. 이로 인해 예전 260∼270야드를 보내던 비거리가 확연히 짧아져 지금은 230∼240야드에 불과하다고. 무엇보다 체력 소모가 많아져 걷는 것보단 카트를 타고 다니는 시간이 늘어났고, 집중력 저하가 눈에 띄었던 것. 실제 최근 남서울CC에서 전반에 2오버파로 선전하다가, 후반에 10타 이상 더 치기도 했다. 그래서 70대 스코어에 진입하는 날도 갈수록 드물어진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