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부산·서울 잇단 유출 사고 ‘관리 허술이 원인’

수시 비중 높은 現 대입제도선
‘입시至上주의’ 부정행위 소지

이중잠금장치·CCTV 등 대안
교육부, 오늘 시·도 긴급회의
서울·부산 관련학생 퇴학처분

최근 광주와 부산, 서울의 고교에서 발생한 시험지 유출 사건은 시험지와 시험지 원안을 제대로 봉인·관리만 했더라면 미리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입 수시전형 비중이 70% 이상인 현 제도하에서 내신성적을 올리기 위한 시험지 유출 가능성은 타 지역에도 상존하는 만큼 시험지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인쇄실 보안 강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각 시·도 교육청과 경찰 등에 따르면 행정실장과 학부모가 짜고 올해 중간·기말고사 시험지를 유출한 광주 모 사립고의 경우, 학교 측이 시험지 인쇄 후 원안을 방치한 것이 문제였다.

행정실장이 인쇄실에 방치된 원안을 복사해 학부모에게 건넨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시험지 원안만 제대로 보관했어도 유출을 미리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부산의 한 특수목적고 학생 2명이 지난달 말 교사 연구실에 침입해 시험지를 휴대전화로 촬영한 사건의 경우, 시험지를 보관한 캐비닛에 잠금장치만 제대로 돼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자율형사립고 학생 2명이 이달 초 교무실 창문을 통해 침입해 시험문제를 빼낸 것은 해당 교사가 개별적으로 시험지와 답안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시험지와 답안지를 정해진 장소에 보관했더라면 예방할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사후 약방문’이긴 하지만 광주시교육청은 19일 재발방지 대책들을 내놓았다. 대책은 △시험지 인쇄 기간 중 인쇄실에 휴대전화 등 전자장치 반입 금지 △한 명 아닌 복수의 관리자가 시험지 인쇄 △인쇄실 주변에 CCTV 설치 △인쇄실에 방범창 설치 △시험지 보관용 캐비닛은 이중 잠금장치 된 것으로 교체 등이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20일 17개 시·도 교육청 담당국장이 참석하는 긴급회의를 연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수시전형 비중이 높은 현 대입제도와 관련이 있다. 광주 모 사립고 시험지 유출은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어떻게든 아들을 의대에 보내려는 의사 엄마의 빗나간 모정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부산과 서울의 학생들은 ‘대학입시와 성적 스트레스’ 때문에 시험지를 유출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가교육회의가 논의 중인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에 정시전형을 확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문제를 일으킨 부산과 서울의 학생들은 퇴학처분을 당했다. 광주의 학생은 자퇴를 신청했으나 엄마의 범죄 행위를 인지했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보류됐다. 인지했다면 퇴학처분을 받게 된다.

광주 =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