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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 다스리는 요체는 적합한 인재를 골라 쓰는 데 있다. 말단 소임이라도 반드시 똑똑하고 능력 있는(賢能) 사람을 뽑아 써야 한다. 그렇게 해서 고을 안이 맑고 정돈된 연후에야 훌륭한 수령이 될 수 있다.”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훌륭한 수령(良牧) 되는 비결이 사람 쓰기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공자의 제자인 복자천이 선보라는 지역을 다스릴 때, 그 고을의 여러 사람을 불러 조용조용히 대화 나누며 즐기는데도 일이 적체되지 않았다. 그 소문을 듣고 그보다 앞서 선보를 다스렸던 무마기가 찾아와 물었다.

“나는 이른 아침 정당(政堂·수령의 집무실)에 나와서 하루 종일 모든 일을 챙겨야 겨우 지역 일이 돌아갔다. 그대는 거문고나 타면서 노는 데도 어찌 이리 잘 다스려지는가?” 복자천이 대답했다. “그대는 자신의 노력에 맡겼고(任力) 나는 사람에게 맡긴 것이네(任人). 자기 노력에 의지하면 고된 것이고 사람을 얻어 맡기면 편한 것일세.” 이어서 복자천은 자신이 그곳에 부임해 와서 만난 여러 사람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떤 이는 스승으로 섬기고(師事), 다른 이는 친구로 사귀고 있으며(友交), 또 어떤 사람은 아랫사람으로 부리고 있는데(役使), 각각의 장점에 맞게 맡기는 게 자신의 일이었다는 것이다.

각각의 장점을 파악해 일을 맡기는 강점경영의 또 다른 예로 정약용은 한황을 들었다.

당나라 때의 지방관 한황은 어느 날 구직을 위해 찾아온 옛 친구의 아들과 대화하며 이모저모를 살폈으나 어떤 장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윽고 그가 떠나갈 무렵에 잔치를 베풀어주었는데 잔치 마지막까지 친구 아들은 좌우를 돌아보지 않고 자기 자리를 지켰다. 한황은 그에게 창고 일을 맡겨보았는데, 하루 종일 꼿꼿이 앉아 창고 문을 지킨 그 덕분에 아전들의 농간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어떤 이와 대화 나누면서 그의 작은 장점이라도 찾으려 애쓰는 복자천이나 한황의 태도를 읽으면서 세종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 작은 벼슬을 제수할 적에도 반드시 온 마음을 기울여서 고른다(留心揀擇).” 유심간택, 이 말은 세종의 인재 대하는 태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누가 어떤 일 욕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가 가진 안목은 또 어떤지를 마치 배우자 고르듯, 섬세히 관찰하고 기록해서 발탁한 사람이 세종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박현모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

세종의 강점경영은 ‘3득(得)의 과정’으로 요약된다. 우선 세종은 신하들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다. 인재들의 일 욕심과 안목을 자세히 듣고 기록하는 터득(攄得)의 단계를 거쳤다.

그다음에는 그 인재 스스로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일을 재량껏 하도록 맡겨 두는 획득(劃得) 과정이다. 설령 실수를하더라도 그 잘못을 통해서 배우게 될 점이 있다고 믿고 박연, 김종서 등을 기다려주었다. 마지막으로 그 성과를 인정하고 크게 보상하는 득물(得物)의 과정이다.

“만세의 큰 공을 세운 인재에게는 반드시 만세의 특이한 은총을 베풀어야 한다”며 장영실, 최윤덕 등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베풀어주었다.

새로 취임한 시장 군수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그저 열심히 해서는 안 되고 제대로 잘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종이 인재들을 신명 나게 만들었던 ‘3득의 강점경영’을 실천하는 일이 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치단체장 본인은 여유롭고, 휘하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해서 주민들에게 실질적 이익을 주는 지역 소식이 자주 들리기를 소망한다.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