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출석해 신문받는 과정에서 변호인뿐 아니라 피의자도 직접 메모를 하며 조사받을 수 있게 된다. 법무부는 피의자 방어권 강화의 일환으로 이 같은 내용의 검찰사건사무규칙 개정안을 17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피의자와 신문에 참여하는 변호인이 기억을 환기하기 위해 신문 내용을 수기(手記)로 기록하는 것을 검사가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다만 촬영·녹음이나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를 이용한 기록은 금지된다. 신문이 끝나고 조서 내용을 옮겨 적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현행 규칙은 변호인이 피의자 신문 내용을 기록해 ‘수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검사가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변호인이 촬영·녹음·기록을 할 경우 신문에 방해가 되거나 수사기밀이 누설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상당 부분 조사 참여가 제한됐다. 피의자의 경우엔 메모가 가능한지 명문 규정은 없지만, 수사 관행에 따라 사실상 허용되지 않았다. 특히 대질신문 때 피의자가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변호인은 물론 피의자도 수기 메모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권고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를 받아들여 지난해 12월 수사방해가 우려되지 않는다면 조사 중 피의자가 메모할 수 있도록 법무부에 규칙 개정을 건의했고, 이후 법무부는 관련 규칙 정비에 착수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