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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우려 반영… 속도조절”

“외국과 통상마찰 문제 있어
값싼 전기료 보조금으로 봐”

산업통상자원부가 산업용 경부하(심야 시간) 전기요금 인상의 연내 추진을 철회했다.

17일 백운규(사진) 산업부 장관은 16일 세종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까지 논란이 됐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해 “업계의 우려를 충분히 반영해 (산업용 경부하 전기요금 인상) 속도 조절을 하겠다”며 “연내 추진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전기요금은 철강 업종과 같은 분야에서 세계무역기구(WTO) 통상 규범 내에서 다른 나라와의 통상 마찰 문제도 안고 있다”며 “(다른 나라들이 한국의 값싼 전기요금을) 국가 보조금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통상규범에 의거해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앞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산업용 경부하 전기요금 인상을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전력공사도 이에 맞춰 밤 11시부터 오전 9시까지, 이른바 경부하 시간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작업에 착수했고,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산업계 영향 분석도 병행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전력 소비가 적은 심야에 남는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것이 경부하 시간대 전기요금이었지만 오히려 지금은 기업들이 주로 밤에 공장을 돌리며 전기 과소비를 부추긴다”며 요금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력 소비가 많은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등 국내 주력 산업들이 전기요금 인상에 반발하는 등 산업계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특히 부품·소재업체들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해 원가부담을 떠안을 경우 이에 따른 악영향이 다른 후방산업들로 확산될 수 있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해 국내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결국 백 장관 역시 이 같은 점을 의식해 전기요금 인상을 당분간 미룰 수밖에 없음을 내비친 것이다.

한편 백 장관은 이날 최근 시행 중인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업종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과 함께 원전 수주를 위해 9월 중 원전 건설이 예정된 체코,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를 상대로 세일즈 로드쇼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