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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출신 첫 지원 사례
법조계 “전관예우 혁파 기대”

올해 1월 퇴임한 박보영(57·사법연수원 16기·사진) 전 대법관이 전임 시·군법원 판사 임용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17일 전해졌다. 시·군법원에서 소액사건 등을 전담하는 판사로 ‘인생 2막’을 설계하겠다는 취지다. 대법관까지 지낸 최고위 법관이 일선 시·군법원의 판사를 지망하기는 처음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박 전 대법관이 최근 법원행정처에 광주지법 순천지원 여수시법원에서 판사로 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박 전 대법관이 법관의 70% 급여를 받으며 파트타임으로 재판업무를 보조하는 미국식 시니어 법관의 첫 사례가 되기를 바란다”며 “시니어 법관 제도가 도입되면 전관예우를 혁파할 수 있고, 재판 경험을 활용해 국민에게 신속하게 고품질의 재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환영했다.

박 전 대법관은 올해 1월 6년의 대법관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뒤에도 변호사로 활동하지 않고, 사법연수원과 한양대 등에서 석좌교수로 일하며 후학 양성에 힘써왔다. 통상 특별 임용절차를 통해 개별적으로 판사 임용 의사를 밝힌 법조인의 경우 법관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치고,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받아 대법원장이 임명하게 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박 전 대법관의 행보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특히 최근 법원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판사 비리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박 전 대법관의 도전은 ‘아름다운 전례’가 될 것이라는 분위기다.

시·군법원은 주로 소송 가액 3000만 원 미만의 소액사건을 다루기 때문에 일반 서민들의 생활법정으로 불린다. 소액 사건이 주를 이루다 보니,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나 홀로 소송’을 하는 당사자도 많다.

대법원은 재판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자 1995년부터 원로 변호사 등을 전임 시·군법원 판사로 임용, 간이 사건의 경우 시·군 단위에서 해결토록 해왔다. 지난해 2월부터는 법원장 등을 지낸 고위 법관 가운데 희망자를 원로법관으로 지명해 시·군법원이나 지방법원에서 1심 소액재판을 맡도록 하는 ‘원로법관제’를 운영하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