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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오바마 멘토’ 평가 받아
교회 수뇌부 은폐 주장도 제기

미국 사회가 시어도어 매캐릭(88·사진) 전 미국 워싱턴교구 추기경의 성추행 행각이 속속 드러나면서 충격에 휩싸였다. 가톨릭계뿐 아니라 미국 사회에서 존경을 받으면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신적 멘토인 것으로도 알려졌던 매캐릭 전 추기경의 성추행은 20여 년 넘게 지속적이고도 반복적으로 이뤄졌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 매캐릭 전 추기경이 지난 1984년부터 2008년까지 수많은 신학도를 성추행했으며, 이 중 2명과는 돈을 주고 합의한 사실이 있다고 보도했다.

매캐릭 전 추기경이 1980년대 뉴저지주 매터천 교구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에 뉴저지주의 한 해변에 작은 별장을 세웠고, 그를 추종하던 신학도들을 불러 몸을 더듬거나 만지는 등 의도적이고 조직적인 성추행을 해왔다는 것이다.

NYT는 “매캐릭 전 추기경은 장기 여행 등을 할 때도 마음에 드는 신학도들을 동반해 같은 방을 쓰면서 마사지를 요구하는 등 성추행을 일삼아 왔다”고 전했다. 현재 매캐릭 전 추기경은 이들 사건 외에 50여 년 전 16세 소년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지난 6월 20일부터 공적인 업무에서 배제된 채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그동안 숱하게 언급돼왔던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성추행 사건과 달리 그동안 구체적으로 드러난 적 없던 성인 신학도 사제들을 대상으로 한 성추행이라는 점과, 범죄자로 지목된 인물이 매캐릭 전 추기경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자신이 성추행 피해자임을 고백한 로버트 키올렉 씨는 “일반 사회나 회사 등에선 다양한 시스템으로 성추행을 고발하거나 피해를 신고할 수 있지만 가톨릭 교회엔 그런 시스템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며 “추기경을 믿었고 신뢰했고 추종했던 대가를 치르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가톨릭 교회 수뇌부가 매캐릭 전 추기경에 대한 고발을 무시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매캐릭 전 추기경은 지난 2008년 워싱턴포스트가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인사’ 중 한 명으로 오바마 전 대통령과 수차례 만나 중동 문제나 건강보험 개혁 문제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10년 기독교도들이 코란을 불태우는 등의 ‘반무슬림 운동’에도 반대했다. 특히 2010년 가톨릭 주교들의 아동 성추행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