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안팎의 비판과 우려에도 아랑곳없이 문재인 정부는 국민연금·공무원연금 등을 통한 기업 경영 개입에 여전히 집착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오는 26일 국민연금 기금운영위원회 의결에 앞서 17일 공청회를 위해 만든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방안 설명자료’에도 ‘연금 사회주의’ 요소가 널려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주주제안을 통해 투자 기업의 배당 정책에 직접 관여하겠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 중의 하나다. 배당률이 낮은 기업에 대해 비공개 대화를 요청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하는 수준에 그쳐온 현행 주주권 행사 범위를 대폭 확대,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의 배당 결정은 자본시장법상 경영에 해당한다. 연기금의 배당 정책 참여는 예외인 것으로 시행령이 2004년 개정됐다고 해서, 본질이 달라지는 게 아니다. 재계에서 “미래 먹거리를 위한 재투자와도 긴밀하게 연결된 중요한 의사 결정 사안인 배당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이사나 감사 선임 못잖은 엄연한 경영 참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영 성과와 직결되는 재무적 요소 외에 환경, 고용과 급여 수준, 지배구조 등까지 투자 기업 평가지표로 삼겠다는 것도 과도한 경영 개입임은 물론이다. 민간위원 9명인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14명 이내의 수탁자책임위원회로 바꾸는 방안 또한 법적 견제 장치 없이,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 기금운영위 산하인 채로는 ‘정부 코드’에 맞추게 마련이다.

이창훈 공무원연금공단 자금운용단장(CIO)은 이런 방안을 벤치마킹해 공무원연금에도 내년부터 도입하겠다고 16일 발표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문 대통령 대선 공약이긴 해도, 경영 자율이 생명인 기업의 존립 기반을 흔들고, 수익률 제고가 본질적 목표인 연금의 안정성도 해치는 시도(試圖)는 국민연금도, 공무원연금도 아예 접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