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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에 앉아서 집안 에어컨 켜고
알아서 연료 체크 후 주유소로
기술 통합안됐을 뿐 실현 가능

현대·기아차, 구글 AI기술 적용
쌍용차·BMW, 통신사와 손잡아
“2030년 1조5000억 달러 시장”

A 씨는 자기 차를 이용해 휴가를 떠나기로 했다. 집에 앉아 스마트폰에 깔린 애플리케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자, 앱이 자동차와 무선통신을 통해 남은 연료량을 확인하고 주유소가 포함된 새로운 경로를 제안했다. A 씨가 ‘OK’를 누르자 이 경로가 차에 설치된 내비게이션으로 바로 전송됐다. 주행 중 집 안방에 전등과 에어컨을 켜두고 왔다는 게 기억났다. 그러나 차를 돌릴 필요는 없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카투홈(Car To Home)’ 기능을 이용해 음성 명령으로 간단히 해결했다.

커피 한잔이 생각나면 차 안에서 인터넷으로 미리 주문과 결제까지 마친 뒤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카페에 들러 받아가기만 하면 된다. 현재 위치와 도착 예정 시간은 실시간으로 친구·가족 등과 공유할 수 있다. 차량용 인공지능(AI) 비서를 통해 관심 있는 뉴스를 브리핑받고,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 접속해 음악을 들으며 편안하게 달렸다. 갑자기 옆 차가 무리하게 끼어들며 접촉사고를 냈다. 충격이 감지된 순간 자동으로 사고 발생 사실과 위치 정보가 자동차 업체 고객센터로 전달됐고, A 씨가 연락을 취하기도 전에 고객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목적지에 도착한 A 씨가 차에서 내리자, 주차장에서 호텔 로비까지 걸어가는 경로가 자동차 내비게이션에서 스마트폰으로 전송됐다.

A 씨가 이용한 다양한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 관련 서비스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아직 완전히 통합된 기술로 상용화되진 않았지만, 개별적으로는 대부분 이미 실현 가능한 기술들이다. 이제 자동차는 음성인식,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클라우드 컴퓨팅, AI, IoT, 차량 간(V2V·Vehicle To Vehicle) 통신 또는 차량-기타 인프라 간(V2X·Vehicle To Everything) 통신, 빅데이터 분석 등이 집대성된 첨단 정보기술(IT) 기기로 진화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자동차는 ‘달리는 고성능 컴퓨터’가 되고, 자동차를 중심으로 집, 사무실, 나아가 도시의 각종 인프라까지 초고속 통신망을 통해 하나로 연결된다.

◇커넥티드 카의 진화 = 커넥티드 카의 초기 개념은 ‘텔레매틱스’였다. 통신(Telecommunication)과 정보과학(Informatics)의 합성어인 텔레매틱스는 처음에는 차에 장착된 통신 단말기로 고객센터에 연락하는 ‘응급 전화’ 수준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텔레매틱스 기술은 스마트폰과 연결돼 원격 시동, 공조장치 제어, 주차위치 확인, 에어백 전개 자동통보, 도난 추적, 소모품 관리와 고장진단 등이 가능한 수준까지 발전했다.

커넥티드 카 기술의 또 한 축은 ‘폰 커넥티비티(차량-스마트폰 연결)’ 및 ‘인포테인먼트(정보+엔터테인먼트)’ 분야다. 자동차와 휴대전화를 연결해 카폰처럼 사용하던 수준에서, 이제는 차량 디스플레이에서 터치하거나 음성 인식을 통해 스마트폰의 대부분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대표적인 게 ‘안드로이드 오토’(구글)와 ‘카플레이’(애플) 같은 서비스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12일 국내에 판매하는 모든 차종에 안드로이드 오토 서비스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디어 재생, 전화 걸기, 메시지 보내기, 받은 메시지를 읽어주는 텍스트 음성변환, 음성 검색과 AI 비서 기능도 쓸 수 있다.

세계적 컨설팅 업체 ‘액센츄어’의 보고서에 의하면 2025년에는 모든 차에 ‘고도화된 커넥티드 시스템’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집 안에서 자동차를 원격 제어(홈투카·Home To Car)하거나, 반대로 차에서 집 안의 모든 전자 기기를 제어(카투홈)할 수 있게 된다. V2X 기술을 통해 내 차의 위치와 교통 상황, 다른 차들의 목적지 등을 분석해 각 차에 최적화된 이동 경로를 안내할 수도 있다.

◇불붙은 커넥티드 카 경쟁 = 맥킨지 보고서는 오는 2030년 커넥티드 카 관련 서비스 시장이 1조500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에 국내외 자동차 업체들은 보다 앞선 기술을 더 일찍 상용화하기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일 중국 IT 기업 바이두와 ‘커넥티드 카 전략적 협업’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특히 양사가 최근 시연까지 마친 차량용 AI 로봇 샤오두(小度)는 스크린에 표시된 눈의 모양으로 감정을 표현하며 탑승자와 소통한다. 날씨, 뉴스 등 다양한 주제로 간단한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현대·기아차는 KT, SK텔레콤 등 국내 통신업체는 물론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 업체 시스코와도 협업하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2019년 첫 커넥티드 카 출시를 목표로 2016년 관련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연구 중이다. 2017년 LG유플러스와 파트너 계약을 맺어 음원 스트리밍 등 인포테인먼트, 카투홈 서비스, V2X 기술을 이용한 안전운행 유도 서비스 등을 개발하고 있다.

BMW는 20년 전인 1998년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시작, 꾸준히 관련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운전자의 디지털 프로필 격인 ‘BMW 아이디(ID)’에는 선호하는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자주 찾아가는 거래처, 운전 패턴 등과 같은 정보들이 저장된다. 주행 중 음성 인식 기능을 사용해 e메일을 작성하거나 일정을 추가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메르세데스 미 커넥트(Mercedes me connect)’의 ‘e콜(Emergency Call)’은 사고로 의심되는 충격을 자동차 스스로 감지해 차량 위치 등 정보를 고객센터로 자동 전송한다. 스마트폰 앱으로 잔여 연료량을 확인하거나 목적지를 자동차 내비게이션으로 전송할 수 있다. 좁은 공간에 차를 세워야 할 때 먼저 차에서 내린 뒤 스마트폰을 이용해 주차하는 ‘리모트 파킹 어시스트’도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BMW는 SK텔레콤, 메르세데스-벤츠는 KT와 각각 협력하고 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