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체가 망하거나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자영업자들의 절규를 묵살하고 14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820원, 10.9% 올린 835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 16.4%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을 강행한 폭주(暴走)다. 주휴수당 포함 땐 1만30원으로 ‘체감 1만 원’ 시대가 시작된다. 소상공인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건 말건, 선거에서 압승했으니 거리낄 게 없다는 태세다.

이런 무리한 인상은 사실상 정부 작품이다. 올해 이미 고용 감소·소득 양극화 심화 등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문재인 정부 내에서도 속도조절론이 나왔지만, 문 정부는 ‘2020년 1만 원’ 공약 수정 없이 침묵했다. 그런 정부 입장을 최저임금위의 공익위원들이 충실히 실행에 옮겼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선정하고 대통령이 재가한 공익위원 9인 구성은 친노(親勞) 일색으로 ‘뒤집힌 운동장’이란 지적까지 받는 터다. 노사 양측 입장을 듣고 국민경제 현실을 면밀히 고려해 균형을 잡아야 할 공익위원들이 이 지경이면 최저임금 시스템의 ‘브레이크’는 고장난 게 아니라 아예 없는 셈이다. 공익위원·근로자위원들만의 일방 결정도 문제지만, 자의적인 인상률 명분은 더 기막히다. 노동계가 협상에 참여한 몫으로 1.2%를 챙겨주고, 중위임금으로 따지던 소득분배 개선분 산정 기준을 제멋대로 평균임금으로 바꿔 인상 폭을 더 늘렸다. 정책 수요자도 경제 원리도 외면한 탁상공론이다.

전국 편의점 점주의 월평균 순익은 올해 180만9000원으로 알바 한 사람 몫과 비슷하다. 내년이면 130만 원으로 고용주·알바 사정이 뒤바뀐다고 한다. 절반 이상 업주가 12시간 이상 일해도 최저생계비를 못 벌고 있는 ‘경제약자(弱者)’인데, 벼랑 끝으로 떠미는 형국이다. 시장이 감당 못할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은 취약 근로자를 쫓아내고, 물건값을 올리게 된다. 경제약자를 보듬는다는 문 정부가 을(乙)간, 을·병(丙) 간의 생존 전쟁을 부추기는 것과 다름없다.

‘나를 잡아가라’는 소상공인들의 저항운동에 직면한 정부는 또 세금 퍼붓기로 피해가려는 모양이다. 올해로 못 박은 3조 원 일자리안정자금 카드를 내년에도 꺼내든다지만, 실효성도 지속 가능성도 모두 문제다. 카드수수료·임대료 인하 등 각종 지원책이 동원되면 또 다른 갈등과 문제가 불거진다. 최저임금 정책 오류를 한시바삐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