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과시성 메신저 내역 포착
의심 정치인 조만간 소환할 듯
수상한 자금 흐름 수사도 속도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드루킹’ 김동원 씨가 지금껏 알려진 김경수 경남지사와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외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다수의 정치권 인사와 폭넓은 커넥션을 형성하려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16일 전해졌다. 특검은 드루킹과 접촉이 의심되는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소환 조사는 물론 이들과 드루킹 측의 자금 흐름에 대한 수사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텔레그램 메신저 대화 내역에는 드루킹이 김 의원 등 여러 명의 정치인과 접촉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대통령 선거 이후 드루킹이 김 의원에게 “대선 때 우리 힘 보지 않았나. 만나고 싶다”라는 ‘과시성’ 메시지를 보냈고 이에 김 의원은 ‘알겠다’는 취지로 답했으나 실제 만남이 이뤄지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조만간 드루킹과 접촉이 의심되는 정치인에 대한 소환 조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된 특검의 자금 흐름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검이 6월 27일 본격 수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소환 조사를 받은 인물은 ‘파로스’ 김모 씨다. 특검은 지난 3일 첫 소환 조사를 시작으로 네 차례 파로스를 불렀다. 주범 드루킹보다도 많이 소환됐다. 파로스는 연간 11억 원에 달하는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금고지기’다. 특검이 그만큼 경공모의 자금 흐름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실 경공모와 정치권 간 자금 흐름을 보면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정치권의 지시나 최소한 동의에 의해 댓글조작이 이뤄진 정황이 나타나고 있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자금 흐름은 ‘반대’이기 때문이다. 2016년 11월 경공모에서 2700만 원의 후원금을 김 지사 측으로 보낸 것, 2017년 9월 드루킹이 당시 김경수 국회의원의 한모 보좌관에게 500만 원을 준 것 등이 대표적이다. 2016년 3월 드루킹 측이 노 원내대표에게 5000만 원을 전달하려 했다는 의혹도 있다. 드루킹은 킹크랩(댓글조작 자동화 프로그램) 시연 후 김 지사가 격려금 100만 원을 줬다고 주장하지만 정치권에 들어간 자금과 비교하면 미미한 액수다. 수지가 안 맞는 장사라는 의미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부터 경공모의 연간 운영자금 11억 원의 출처에 대한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특검이 최근 드루킹과 이혼소송 중인 부인을 불러 조사한 것도 이 같은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로 보인다.

임정환·이정우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