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쇼어링’ 왜 한국은 없을까 <공장 본국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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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열 경제산업부 부장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공지능(AI) 로봇 공장이 제조업 선진국의 리쇼어링(Reshoring)을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 GE는 중국과 멕시코의 세탁기·냉장고 생산라인을 켄터키주로 되돌렸다. 독일 아디다스는 중국과 베트남의 운동화 생산기지 확충 대신 바이에른주에 스피드 팩토리를 건설했다. 일본 캐논은 오이타현에 로봇화 공장을 세워 자국 내 카메라 생산비율을 43%에서 60%로 늘렸다. 2010∼2016년 미국으로 돌아온 기업은 1600개, 2016∼2018년 유럽연합(EU) 복귀 기업은 160개, 2015년 한 해 동안 일본으로 리쇼어링한 기업은 724개에 달한다. 기업의 본국 회귀 현상은 기술 발달로 해외 공장을 지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싼 곳을 찾아가는 글로벌 밸류체인이 대세였다. 설계는 본국 연구·개발(R&D)센터, 부품은 한국에서 조달, 조립은 베트남 식이다.

그러나 이젠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로 소비자 수요를 즉시 파악하고, AI 로봇과 3D 프린터로 맞춤형 생산을 해 더 빠르고 더 싸게 제품을 만드는 스마트 공장이 등장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딜로이트는 제조업체가 오프쇼어링(offshoring·공장 해외이전)으로 선진국 인건비 대비 65%를 줄인 반면, 로봇 무인화 공장을 통해서는 90%를 절감했다고 분석했다. 다른 이유도 있다. 기업 밖으로 소비자 주문에 응한 즉각 제조와 배송(time to market), 안으로 R&D·생산·마케팅 등 공급사슬의 빈틈없는 협업이 전보다 훨씬 중요해졌다. 생산기지와 소비시장의 지리적 근접성 요구가 커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인도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더 많이 일자리를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기업의 해외 진출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우려해 리쇼어링 보조금 지급 등 일명 ‘U턴기업 지원법’을 제정한 게 2013년이다. 2017년 9월까지 국내 복귀한 기업은 21개에 그쳤다. 그나마 대기업은 단 1개도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내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고 싶다면 3가지를 명심하라. 첫째, 투자친화적 기업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워크아웃제도로 중소기업 회생을 20년가량 도와오던 기촉법(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연장해달라는 현장 호소를 외면한 채 ‘특혜’라며 6월 말 일몰됐다. 빅데이터 육성을 위해 개인정보보호 법규를 활용 쪽으로 완화하려던 행정안전부 장관과 금융위원장에게 시민단체들은 ‘친재벌’이라며 손가락질했다. 기업 활동을 돕는 제도나 입법이 시도되면 곧 반(反)개혁으로 몰리는 풍토부터 바꿔라. 둘째, 일자리는 파괴적 혁신이 있어야 새로 생긴다. 창조적 창업가들이 카풀앱 풀러스처럼 기득권 반발과 이들을 버티게 해주는 규제와 관행에 질식하게 해선 안 된다. 대통령이 규제 혁신에 직접 나서라. 셋째, 제조업은 이제 서비스업이다. 물건은 로봇이 만든다.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는 정보 수집,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치 차별화, 즉각 배송 및 피드백이 더 중요하다. 이 모든 게 빅데이터와 AI 기반으로 물 흐르듯 거의 실시간에 진행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두 번째 정보화에 앞장서라.

nosr@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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