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허깨비와 軍 적폐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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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신 정치부 부장

박근혜 정부 말기 군 수뇌부가 퇴임 후에도 여당과 시민단체로부터 예비 내란 음모, 친위 쿠데타 세력으로 몰리는 현실은 통탄스럽다. 마치 갑자기 국가비상사태라도 발생한 듯, 해외 순방 중이던 대통령 긴급지시로 독립수사단이 출범했다. 쿠데타 세력 소탕전 전야의 전운마저 감돈다. 요즘 세상에 아직도 쿠데타를 꿈꾸는 정치군인과 군사 정부의 망령이 되살아났다는 건지, 경제도 어려운데 국민 불안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전히 민간을 사찰하고 정치 중립을 위반해온 기무사의 지난 과오도 하나하나 들춰냈다. 일개 시민단체가 군의 트라우마인 ‘12·12, 5·18’ 프레임으로 전·현직 군 장성들을 ‘쿠데타 DNA’를 가진 구제불능 집단으로 옭아매는 군 적폐 몰이가 4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다. 군이 정체성마저 위협받는 데도 현직 국방장관은 별 대책 없이 뭉그적거리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국민 눈에 비친다.

친위 쿠데타 의혹 제기만으로 군 장교들이 받은 상처와 당혹감, 좌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나라 지키려고 군인이 됐는데…, 장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1987년 6·29선언 때 군의 중추였던 육사 18∼20기 사단장 연대장 등이 신군부의 4·13 호헌조치에 반대해 군사정권 연장 음모 저지에 큰 몫을 했다는 자부심, 사기도 곤두박질쳤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등이 쿠데타설의 근거로 든, 수방사 대외비와 기무사의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방안’ 문건은 의문투성이다. 특히, 기무사 문건은 국방부 공식 회의에서 논의됐고, 비문도 아닌 평문으로 1부가 기무사에 남았다. 한민구 전 국방장관은 최악 사태 대비책으로 문건을 작성했지만, 군이 오해를 살까 봐 논의 종료를 선언했다고 한다. 쿠데타를 기획하고 작전 실행 시나리오를 만들면서 공개회의를 하고 자료까지 남겼다면, 제대로 미치지 않고서 그게 가능한 일이겠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에서 군의 비밀문건을 마구 흔들어대며, ‘쿠데타 DNA’ 프레임에 옭아매도 군은 옴짝달싹 못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됐다. 틈만 나면 환골탈태를 외쳐대는 기무사 갑질 문화 개혁의 핵심은, 대전복(對顚覆·Counter Subversion) 임무의 대수술이어야 한다. 대전복 임무란 쿠데타 등 전복 활동을 막기 위해 군의 부대 이동 등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대정보 활동이다. 이는 군사 독재 장기화를 노린 박정희 대통령이 내부 쿠데타를 방지하고자 군 내부를 감시·사찰하기 위해 만든 군 정보기관의 핵심 기능이다. 북한 공산당이나 독재국가에서나 존재하는 독소적 기능이다. 대전복 임무에 실패한 10·26, 12·12사태로 박정희 대통령의 꿈도 결국 좌절됐다.

민주주의 국가는 대부분 국방장관의 지시를 받는 법무·검찰·헌병 등이 대전복 임무를 분산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의 기무사는 국방부 직할이 아닌 합참 소속으로 바꾸고 보안·방첩 기능에 집중하도록 근본 개혁이 필요하다. 대전복 임무라는 독약을 손에 계속 쥐고 있다간, 기무사는 더 깎을 뼈가 없어질 때까지 ‘환골탈태의 형벌’을 영구히 감내해야 한다. 기무사와 군이 친위쿠데타 망령, 쿠데타 음모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csjung@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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