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비관세조치 동원 등 맞대응
美관광 꺼리고 불매운동 조짐

王, 두문불출하다 공개석상에
시카고시장과 만나 협력 논의
관세충돌 현안 대화 나눈 듯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비화하면서 중국인들이 미국 관광을 꺼리고 미국산 제품 불매운동에 나설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2000억 달러(약 223조 원)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자 “반드시 보복하겠다”며 맞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에 보복 관세 부과보다는 미국 관광 제한 등 비관세 조치를 통해 미국에 맞설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두문불출하던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 부주석이 갑자기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미·중 갈등 진화 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12일 “최근 미국과의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인들의 미국 여행에 대한 관심이 식고 있어 미국 관광산업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온라인 여행 플랫폼 ‘마펑워’를 인용해 “올 상반기 중국인에게 인기를 끌었던 로스앤젤레스, 뉴욕,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등 미국 도시들이 미국 여행 성수기인 7월 들어 검색 순위가 뚝 떨어졌다”며 “반면 유럽과 러시아 등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 모스크바와 프랑스 니스는 검색 횟수가 각각 78%, 31% 상승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대미국 관광·연수 적자 규모는 332억 달러로 전 세계 국가 중 1위를 차지했으며, 중국 관광객 1인당 사용 금액은 6900달러에 달한다. 신문은 또 “미국에 대한 감정이 악화하면서 미국산 제품 구매를 꺼리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에 따르면 왕 부주석은 베이징(北京) 중난하이(中南海)에서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과 만났다. 왕 부주석은 이 자리에서 중·미 관계와 양국 지방 협력에 대해 깊이 있게 의견을 나눴다. 베이징 소식통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대면보고를 하는 왕 부주석이 무역전쟁 와중에 미국 주요 도시 시장을 만났다는 것은 중국 최고 지도부가 미·중 무역갈등 수습에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면서 “이는 향후 미·중 간 협상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매뉴얼 시장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역할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일단 중국 정부는 중국인들의 ‘애국심’에 기대 사실상 비관세 대응 조치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무역전쟁 전면 확대로 가파른 평가절하를 보이고 있는 위안화에 대해서도 중국 당국이 적극 방어에 나서지 않고 있어 위안화를 미국을 압박할 ‘무기’로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CNBC방송은 “미국의 압박이 커질수록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가치 하락을 용인할 가능성이 높다”며 “위안화 평가절하는 미국의 관세 부과로 가격이 올라간 중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회복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