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硏, 정책토론회 개최
“南北美中 4자 체결 현실적
주한미군, 평화유지군 역할”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국책 연구기관과 정부 관계자들이 한반도 평화협정 문안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하면서 정부가 장밋빛 환상에만 젖어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미온적인 비핵화 태도로 미·북 협상이 난항에 빠진 상황에 정부가 돌파구 마련을 위한 대책 논의보다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국무조정실 산하 ‘통일연구원’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통일연구원에서 ‘한반도 평화협정문 구상’을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외교부 관계자,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평화협정문에 그동안 남북관계를 규정해 온 개념인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를 ‘동등한 권리를 갖는 사실상의 주권 국가로서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한 정상관계’로 대체하는 내용을 담자고 주장했다. 또 주한미군은 평화유지군(PKO)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1500명 정도는 평양에 주둔하는 방안도 평화협정문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이는 북한에 대한 확실한 체제 보장과 상호불가침 의사를 담보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중국군이 평화유지군에 공동참여할 수 있는 근거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평화협정 체결 주체는 남북보다는 남·북·미·중 4자가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조 위원은 남북 간 경계선을 확정해 군사분계선(MDL) 및 북방한계선(NLL)을 현실화하고 비무장지대(DMZ) 등에 평화지대를 설치하는 방안 등을 담은 평화협정문 시안을 제시했다. 조 위원은 “평화협정문에는 남·북, 미·북 간 부속 협정이 따라와야 한다”며 “남·북은 상주대표부를 교환 설치하고, 미·북은 주권 존중 및 영토 보장, 상호 국교정상화 조치 이행 등을 각각 부속 합의문에 넣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평화협정 전 단계로 거론된 ‘종전선언’마저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다음 단계를 논의하는 것은 ‘비핵화’ 조치 없이도 ‘체제 보장’을 받아낼 수 있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북한에 발신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