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4주년인 지난 2017년 2월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17차 범국민 행동의 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박 전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 시위를 벌이는 모습. 자료사진

‘기무사 계엄령 문건’ 수사

국방부 검찰단의 현재 수사
진척되지 않는 점 등도 고려
한민구·조현천 등 보고라인
대규모로 수사 대상 오를 듯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국군기무사령부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계엄령·위수령 검토 문건에 대해 독립수사단 구성을 지시한 것은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현재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이지만 참모진의 건의를 받고 현지에서 수사단 구성 지시를 내렸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관련 부처에 별도의 지시를 내리는 등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진상 규명에 착수한 모습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전·현직 국방부 관계자들이 광범위하게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있고, 기무사령관이 계엄령 검토 문건을 보고한 이후에도 (국방부 검찰단에서) 수사가 진척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수사단 구성 지시 이유를 밝혔다. 국방부가 관련 문건을 3월에 보고받았지만, 수사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는 등 문제가 많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임종석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은 지난 6일 군인권센터가 관련 문건을 공개한 뒤 이에 대한 처리 방안을 논의해 문 대통령에게 “사안이 심각하다”고 보고했다. 여당 등에서는 국회 차원의 청문회와 진상조사를 주장하기도 했었다.

문 대통령이 수사단 구성 등을 지시함에 따라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등 당시 기무사 문건 관련 보고 라인이 수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이와 관련, “사실관계를 밝히고 법에 따라 처분하는 일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해 대규모 수사와 처벌을 시사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되면서 현재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 관여돼 있는 게 드러날 경우 검찰 또는 관련 자격이 있는 사람이 수사를 함께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박근혜 정부 말기 국방부와 군 고위급을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이 수사 대상이 되고 현직 군인들도 대거 수사 선상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유한국당 등에서는 “문재인 정권이 기무사 문건까지 들먹이며 적폐몰이를 계속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청와대는 일단 이번 수사단 구성 지시가 기무사 개혁 논의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문 대통령이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하도록 하면서 기무사 해체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이 총리는 이날 “그런 일탈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쇄신이 더욱 절박해졌다”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