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장 최종 후보자가 공식 임명을 앞두고 자진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현 총장단이 이달 말 한꺼번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총장 부재로 인한 학내 혼란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대 본부는 9일 “대학과 이사회 차원에서 사태 수습과 추후 일정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대 차기 총장 후보로 선출돼 임용 절차가 진행 중이던 강대희(56) 의과대 교수는 논문표절·성희롱 등 각종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끝에 지난 6일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강 교수는 임명 과정에서 여기자 성희롱·여교수 성추행 의혹이 공개적으로 제기돼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강 교수는 교육부가 성희롱 의혹과 관련된 추가 조사를 서울대에 요청하자 부담감을 느낀 끝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의 총장 공백 사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제22대 이기준 총장은 기업 사외이사 겸임 등의 논란에 휘말려 2002년 5월 임기를 7개월여 남겨 놓고 조기 사퇴한 바 있다. 당시에는 부총장이 총장 직무를 대신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현 교육부총장이 22일, 연구부총장과 기획부총장이 각각 25일 임기가 끝난다. 성낙인 총장은 오는 19일 퇴임한다. 서울대 관계자는 “새 총장이 선출될 때까지 현 총장단의 임기를 임시로 늘리는 방안에서부터 외부 인사를 영입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것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새 총장 선출 방식을 두고도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대 학부·대학원 총학생회는 이날 오전 서울대 행정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사회와 총장추천위원회의 부실한 검증이 이 같은 참사를 낳았다”며 “총장추천위 위원 재구성과 검증 과정에 학생 참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희권 기자 leehek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