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8일 조현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경찰관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경북 영양군 영양읍 동부리 사건 현장에 출입 통제선이 쳐져 있다. 연합뉴스

- 정신질환범죄 4년새 1.5배로

어제 영양서 경찰관 숨지게해
지난달엔 포항 약국 흉기난동

보호입원, 法개정으로 어려워
인력 부족… 진료체계도 미흡

지난 8일 경북 영양군에서 흉기 난동으로 경찰관을 숨지게 한 40대가 조현병(정신분열병)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조현병 환자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의 범죄가 늘어나고 있지만, 법적 입원 치료와 외래 진료 체계는 부실해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9일 경북지방경찰청과 영양군 등에 따르면 피의자 백모(42) 씨는 2013년 7월부터 지난 4월 사이 병원에서 4차례 조현병으로 ‘근로 능력 없음’ 판정을 받았지만, 정신병원에 입·퇴원만 반복했을 뿐 체계적인 치료 서비스는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조현병 환자로 장애인 등록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도 관계자는 “장애인 등록을 한 뒤 꾸준히 치료 약을 먹고 안정되면 정신보건센터 등에서 재활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지만 백 씨는 퇴원하면 약을 거의 먹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정신이상이나 정신박약, 기타 정신장애 등 정신질환자의 범죄는 5298건이었으나, 2016년에는 8287건으로 1.56배로 증가했다. 지난달에는 경북 포항에서 조현병 치료전력이 있는 A(46) 씨가 흉기를 휘둘러 약국 직원이 숨지고 약사가 다쳤으며 같은 달 서울에서 B(40) 씨가 주유소 직원과 행인 등 4명을 폭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5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하면서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의 보호 입원 요건을 강화했다. 기존 보호의무자 2명의 동의와 전문의 1인의 판단에서 법을 개정하면서 보호의무자 2명의 동의와 전문의 2명의 판단이 있을 경우, 본인의 의사와 무관한 보호 입원을 허용했다.

대한조현병학회 관계자는 “조현병 환자의 범죄는 일반인 범죄에 비해 훨씬 적지만 크게 이슈화하는 것은 문제로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일부 조현병 환자는 입원치료가 필요하지만 까다로운 조항에 묶여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특히 선진국처럼 입원하지 않더라도 ‘외래치료명령제’를 도입하는 등 치료를 강화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인력과 시스템 부족으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8일 영양군 영양읍 동부리 주택에서 난동을 부리다 출동한 김모(51) 경위와 오모(53) 경위에게 흉기를 휘둘러 김 경위를 숨지게 한 백 씨에 대해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영양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