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1곳 몰카범 단속 결과

여가부·경찰 한달간 실시
붙잡힌 초등생 “호기심 때문”
4명은 다시 불법촬영하기도

국제결혼업체도 일제점검

초등학교 6학년생인 A(13) 군은 서울 지하철 이수역 에스컬레이터에서 여성의 치마 속을 촬영하다 현장에서 붙잡혔다. A 군은 “언론을 통해 알게 된 불법 촬영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찍었다”고 했다. B(27) 씨는 자신의 허벅지 위에 휴대폰을 올려놓고 에스컬레이터 계단에서 20대 여성의 하체를 몰래 촬영하다가 적발됐다.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취업이 되지 않아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 촬영했다”고 진술했다. 대학생 C(26) 씨는 서울역 출구 에스컬레이터에서 계단을 오르던 여성의 치마 속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동영상 촬영했다. 동일 범죄 경력이 있는 C 씨는 “성적 흥분을 느끼고 싶어 재차 범행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불법 촬영 혐의자에 대한 범행 동기를 조사한 결과, △취업·회사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해소 △성적 충동과 흥분 충족 △초등학생과 미성년자의 경우 단순 호기심 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작 피해를 본 당사자들이 큰 고통을 겪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어서 불법 촬영의 위해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11일부터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 담당 경찰과 함께 디지털 성범죄를 집중 단속해 불법 촬영 혐의자 10명을 적발, 9명을 형사 입건하고 미성년자 1명은 소년보호사건으로 조치했다고 9일 밝혔다. 단속대상은 지하철역, 대학, 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 391곳이다. 피해 여성 3명에 대해선 여성 긴급전화, 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연계한 피해보호지원이 이뤄졌다. 이들은 주로 지하철역 출구, 환승 통로 등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나 계단에서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피해 여성의 치마 속, 하체 등을 사진·동영상 촬영했다. 경찰이 이들의 촬영물을 추가 조사한 결과, 여성의 신체 부위를 촬영하려다 미수에 그치거나 재차 불법 촬영을 저지른 사례도 4명에 달했다.

불법 촬영 혐의자들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미성년자는 서울가정법원 송치 후 보호처분 조치를 받게 된다.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이날 “불법 촬영 영상물은 사회를 갉아먹는 악성 종양인 만큼 근절을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통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여가부는 이날부터 오는 20일까지 인종·성별·성 상품화 등 인권침해 소지가 큰 국제결혼중개업체의 온라인 영상 광고에 대한 일제 점검에 들어간다. 결혼중개업법이 금지하는 위반사항이 확인된 게시물은 온라인상 즉시 삭제를 명령하고 지키지 않으면 영업정지나 등록취소 등의 추가 조처를 할 방침이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