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도착 전까지 ‘혼란’
블룸버그 동행취재서 드러나
폼페이오 “최대압박” 다시언급
방북후 상당한 좌절감 ‘방증’

WSJ·WP 등도 잇따라 ‘혹평’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3차 방북이 장관 본인 일정조차 몇 시간 전에야 알 수 있을 정도로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진 채 진행되는 등 북한과 비핵화 협상이 얼마나 험난한지 재확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방북 결과에 대해 “진전을 이뤘다”고 자평했지만 이후 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표현을 다시 꺼내는 등 상당한 좌절감을 느꼈다는 관측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1박 2일 방북을 동행한 니컬러스 워드험 블룸버그통신 기자는 8일 “폼페이오 장관 일행이 6일 오전 10시 54분 평양에 도착했을 때 자신의 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는 게 없었다”며 “일행이 묵을 숙소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폼페이오 장관과 기자 6명)가 머문 평양 외곽 게스트하우스는 폼페이오 장관이 애초 생각했던 숙소가 아니었다”며 “이는 30시간에 채 못 미치는 혼란스러운 방북의 출발이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워드험 기자는 “폼페이오 장관은 본인 스케줄을 몇 시간 전에야 알 수 있었다”며 “적극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면담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으로서는 북한 비핵화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면서 “이번 방북은 세계에서 가장 예측 불가능한 은둔의 정권과 협상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케 했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방북 결과에 대해 “협상이 생산적이었다”고 밝혔지만 폼페이오 장관 일행이 출발한 지 5시간 만에 북한이 “미국이 일방적, 강도적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 실로 유감”이라고 비난하면서 미국 언론 등에서는 과거처럼 ‘협상의 늪’에 빠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북한이 너무 이른 축하로 미국을 스쿨링(훈련시키는 것)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핵화 협상의 운명이 의문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방북 결과에 대해 “북한과 비핵화 협상이 길어지고 어려울 것이라는 뚜렷한 신호”라고 혹평했다.

성공적이었다는 대외적 언급과 달리 폼페이오 장관 역시 8일 트위터에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의 회담 사진을 올리면서 “고노 외무상과 미·일 동맹, 역내 안정의 초석, 그리고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을 유지하는 것을 논의한 건설적 만남”이라고 적어 최대 압박이라는 표현을 다시 사용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