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개혁 폭 놓고 첨예 대립
국방부, 중간조직 폐지 검토

국군기무사령부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위수령·계엄령 등의 방안을 검토했다는 이른바 ‘기무사 문건’을 놓고 여야 충돌이 격해지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기무사 문건 논란과 관련해 “필요하다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열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밝혀내겠다”며 “기무사 문건 작성 지시자, 실제 실행준비(자) 등에 대해 당국의 철저한 진상조사를 강력 촉구한다”고 밝혔다. 추 대표는 “요 며칠 국민은 기무사 문건이 정말 실행됐다면 발생했을 끔찍한 사태를 상상하며 몸서리쳤을 것”이라며 “6개월 동안 진행된 촛불집회에서 한 건의 폭력이나 무질서도 발생하지 않았는데, 막연히 소요사태를 대비해 계획을 세웠다는 (자유한국당 등의 주장은) 궁색한 변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무사가 위수령·계엄령을 고려한 것은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를 위협한 행위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김성태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우려먹기를 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이 이제는 기무사 문건까지 들먹이며 적폐 몰이를 하고 있다”며 “기무사 문건 어디를 봐도 (민주당 주장과 같이) 계엄령을 발동해 정권을 탈취하겠다는 쿠데타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 권한대행은 “기무사의 은밀한 문건이 지난 한 주 난데없이 한꺼번에 쏟아진 배경에 대해서도 밝혀야 한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향후 기무사 개혁 폭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은 기무사를 당장 해체하거나 해체에 버금가는 대수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국당은 기무사 와해 공작을 당장 중단하라고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 국방부는 8일 기무사 본부 조직뿐 아니라 지역 단위 부대들을 지휘하는 중간 조직인 ‘60단위 기무부대’ 폐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준영·이은지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