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원전산업 붕괴 막아야” 김학노(가운데)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 수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 원자력학회 ‘공론場 요구’ 회견

월성1호기 노후 시설 다바꿔
新원전급인데 조기폐쇄 강행
사우디에 원전수출도 먹구름

赤字 한전, 요금인상 불가피
전력의존 큰 산업분야 타격
독선적 정부 에너지정책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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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원자력기술 전문가 50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원자력학회가 정부의 탈원전정책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학회는 “원전산업 붕괴와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자력학회는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가 에너지정책에 대한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재검토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공론화 과정을 통해 신고리 5·6기 건설 재개가 결정됐고 신중한 탈원전 정책 시행이 요구됐으나 정부는 독선적인 에너지정책을 시행하며 원자력 전문가를 배제한 제8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을 확정했다”며 “탈원전 정책을 포함해 우리에게 맞는 미래지향적 에너지수급 계획을 위한 공론화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원자력학회는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고 신규원전 부지 고시를 무효화하는 일방적인 행정 조치를 강행하고 있다”며 “정부가 성급하게 결정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대선공약의 시행을 위해 모든 다른 고려 사항들이 무시된 것이 아니었나 의심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월성 1호기의 경우 7000여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모든 노후 설비를 교체해 사실상 새 원전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신규원전 건설 중단이 원전산업 붕괴뿐 아니라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자력학회는 “향후 양질의 일자리 수만 개가 사라지고, 600여 개의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원전 기자재 공급망 및 산업 생태계의 붕괴가 염려된다”며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안전성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원전 가동률 저하로 인한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의 대규모 적자와 이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압박 등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은 10년 후 걷잡을 수 없는 전기 공급 불안정 및 고비용 문제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원자력학회는 “전기요금 인상이 산업 전체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국가 주력 사업인 반도체, 철강, 디스플레이, 화학, 태양광 패널 등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산업부문은 그 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산업용 전기 요금은 2016년 기준으로 95.7달러／MWh로, 노르웨이(42.4달러), 스웨덴(60.2달러), 미국(67.5달러)보다 비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중간 수준이다. 원자력학회는 “우리 주력 산업분야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가격 경쟁력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원전 수출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원자력학회는 “우리나라에 매우 유리했던 21조 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며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APR-1400을 수출한 경험이 있는 한국이 매우 유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금은 수주를 전혀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전 수주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최대한의 지원과 노력을 해야 한다”며 “국회가 에너지 전문가 등이 함께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하고 전력 문제를 독선적인 정부에만 맡기지 말고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시행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