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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및 그린스쿨 교수

‘공평 과세’ ‘조세 정의’ ‘조세 제도 합리화’. 이들은 지난 3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상반기 재정개혁 권고안’ 중 조세 분야 개편 권고안을 두고 나오는 용어다. 권고안은 크게 종합부동산세, 금융소득 종합과세, 주택임대소득세 및 환경 관련 개별 소비세 개편으로 구성돼 있다. 발표 하루 만에 기획재정부에서 특위의 건의 사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혼선이 나타나고 있다.

종부세에서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현행 80%에서 2022년까지 100%로 올리고, 과표구간별로 0.05∼1%포인트로 세율을 올려 약 1조1000억 원을 더 걷는다. 금융소득세도 인상해 기존 2000만 원보다 낮춰 1000만 원이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해 6∼42%로 종합과세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종합과세 대상자는 9만여 명에서 40여만 명으로 늘고, 약 3000억 원의 증세(增稅)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주택 임대소득 분리 과세에 적용되는 기본 공제의 축소 또는 폐지와 환경 관련 세제의 개편안이 포함돼 있다.

이번 개편안은 공평하고 정의로운 조세, 재정개혁을 통한 소득 재분배 지향 및 재정의 효율성 강화를 목적으로 권고됐다고 한다. 더 나아가 양극화 해소를 통해 경제 성장을 달성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경제 성장은 두고라도 이 권고안이 과연 공평 과세나 조세 정의 실현이라는 목적에 효과적인 정책 수단인가. ‘모든 국민은 납세의무를 진다’는 헌법 조항이 아니더라도, 소득계층의 50% 정도만이 납세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면세자를 줄여 세원을 확대한다는 보편적 증세의 정책 방향은 내놓지 않고, 소수의 특정 계층에 대한 핀셋 증세만 주장하는 게 과연 공평하고 정의로운 과세 정책인가.

이번 세제 인상안은 약 1조4000억 원 정도의 증세 효과가 있다고 한다. 과연 이 규모의 증세를 가지고 소득이나 재산 분배의 형평성을 달성할 수 있겠는가.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소득보다 실물 및 금융자산의 불평등한 분배다. 자산에서 나오는 소득에 대한 세율 인상안이 부유층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규모 축소를 통해 재배분될 것인가? 기재부가 주장하듯이 금융자산 소득에 대한 세율 인상은 실물자산으로 이동해 자산 투자의 재분배만 일어난다면 보유하고 있는 자산 규모는 변동이 없을 수 있다.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 증가는 상대적 빈곤층이 많은 고령층이나 은퇴자의 소득 기반을 악화시켜 오히려 양극화나 소득 분배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권고 당사자들이 더 잘 알고 있듯이 조세 정책은 정책 수단 간의 상호 관계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효과를 동시에 고려해서 결정해야 하는 국민에게 매우 민감한 영향을 주는 정책이다. 따라서 단순히 소수의 부유층에 대한 미움, 분노나 이념적인 접근으로 정책을 펴선 안 된다. 차라리 소득이나 재산이 많으니 국민을 위해 세금을 더 부담하는 것이 어떠냐고 설득하는 게 더욱 현명하다.

그리고 공청회 등을 통해 정책 방향이나 목적 및 효과에 대해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기재부의 반응에서 알 수 있듯이 해당 실무 부처와의 충분한 논의도 없이 아니면 말고 식의 정책 권고는 더욱더 지양돼야 한다. 더욱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이 권고안이 경기침체가 예견되는 이 시점에 꼭 시행돼야 하는가 하는 점과 소득 증대를 통해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과 논리적 모순이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