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정규직들 ‘역차별’ 반발
전환직원들도“처우문제 불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무리하게 추진되면서 직원 간 갈등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 공공기관 대부분이 용역·파견 근로자에 앞서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완료하는 과정에서 기존 정규직 직원들의 역차별 반발은 물론 노사 양측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잡음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국책은행인 A은행이다. 이 은행은 무기계약직으로 뽑은 텔러(은행 창구 전담직원) 및 사무보조 등 약 3300명을 올 초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일부 정규직 직원 사이에선 이들을 ‘위너스(winners)’라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직원은 “어려운 경쟁을 뚫고 공채로 들어온 정규직과 달리 은행에 어렵지 않게 들어와서 쉬운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런데도 정규직과 똑같은 대우를 받게 됐으니 ‘위너스’로 부를 만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회사별 직원들의 의견소통 창구인 한 사이트 게시판엔 이 같은 기존 정규직들의 불만이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와 신용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은 지난해 말 무기계약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마무리했다. 정규직 전환 직원은 기관별로 20∼30명가량이다. 대규모 전환에 따른 직원 간 갈등을 겪고 있는 기업은행에 비해 사정은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그러나 기존 정규직들의 볼멘소리뿐 아니라 정규직 전환이 마무리된 직원들도 처우 문제로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공공기관 일각에선 노조를 비롯한 근로자 간 의견 조율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무리하게 밀어붙여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임금이나 승진 등에서 기존 정규직과는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