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불신이라는 말로도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치권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이지만, 여야(與野)가 일제히 경제에 관심을 보이는 행보를 시작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은 3일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남북경제협력 등 4개 팀으로 구성된 민생평화상황실을 설치했다. 현역 의원 130명 가운데 40% 정도가 참여하는 대규모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도 경제 정책(政策)을 주제로 한 워크숍과 토론회를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참모들에게 “청와대·정부가 기업 방문을 적극적으로 해달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저성장과 고실업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정치권의 경제 살리기 동참은 매우 중요하다.

경제 정책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몫이지만, 정치권은 민생에 더 민감하다. 민주당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을 둘러싸고 고용부 등과 신경전을 벌이면서 경제 정책을 정부에만 맡겨둬선 안 되겠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것 같다. 야당은 더 매서운 잣대로 정부와 여당의 경제 정책을 비판·견제하면서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 김성태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은 워크숍에서 “문 정부의 일방적 친(親)노동 정책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고,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대위원장은 “경제 정당, 정책대안 정당으로 자리잡자”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제 호황기에 한국경제는 침체를 우려하는 국면을 맞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세계 경제가 3.8% 성장한 데 이어 올해도 3.9% 성장한다고 예상하는데, 한국은 3% 성장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자리 감소, 특히 청년실업률 급증,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 경쟁력 급락, 금융시장 불안 등 적신호가 줄을 잇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성장동력을 되찾는 일이다. 성장 없이는 복지도, 대북 지원도 할 수 없다. 여야가 부(富)와 고용 창출의 근간인 기업의 기(氣)를 북돋우고, 정부 성장 정책도 견인한다는 자세로 ‘경제 살리기 경쟁’에 나서기를 기대한다.